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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파월의 마지노선 “고유가에 장기 인플레기대 오를 수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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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다시 하락했습니다. 전날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겠다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환호했던 시장이지만 오늘은 달랐는데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황과 원자재 가격이 인플레이션에 주는 영향을 투자자들이 재평가하면서 나스닥이 1.5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53%와 -0.29%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한때 배럴당 116달러까지 갔지만 이란 핵협상과 그에 따른 이란산 원유의 시장 복귀 가능성에 상승세가 꺾였는데요. 하지만 러시아 에너지 수출제재카드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고유가는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날 파월 의장의 상원 증언이 있었는데요. 핵심은 전날 하원 때 거의 다 나왔지만 오늘은 추가로 살펴볼 부분, 그리고 연준의 방향이 정확히 어느 쪽을 향하는지를 좀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연준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월가의 얘기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파월, “에너지 가격상승 인플레로 스며 들어…우크라 사태 전 노선 잇는 게 바람직”
우선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을 몇 개 살펴볼텐데요. 그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으며 만약 이 같은 변화가 계속될 경우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에 상승압력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얘기하면서 늘 자신있게 언급한 것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입니다. 장기 인플레 기대가 연준의 정책목표인 2%에 잘 고정돼 있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물가가 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올해 인플레가 내려가기 꺾이기 시작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논리였죠.

그런데 이날 파월 의장이 장기 인플레 기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문구를 버렸고 긴축으로 돌아섰지만 쉽게 말해 장기 인플레 기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물가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이날 폭등했던 WTI는 이란 핵합의 얘기에 2.6% 떨어진 배럴당 107.67달러에 마감했는데요. 이란산 물량 복원(하루 100만 배럴)이 바로 이뤄진다고 해도 하루 400~500만 배럴을 수출했던 러시아의 물량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이 “한동안 고물가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경기침체를 우려해 적극 나서지 못하면 결국 고물가를 미국민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취임한 지 1년 여 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권을 포기했다면 모를까 이는 정치적으로 너무나 큰 부담입니다. 어제부터 파월 의장이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하긴 했지만 이날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염두에 뒀던 노선을 잇는 게 적절하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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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연준은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3월에 0.25%포인트를 올리고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를 거의 끝낼 겁니다. 이후에는, 매 회의 때마다 상황을 살피려고 하겠죠. 다음 회의 때까지 업데이트된 각종 수치를 보면서 어떻게 할지 정할 겁니다. 파월 의장이 한 말 중에 연준이 정해진 대로 자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 게 있는데요. 일단 3월에 0.25%포인트를 올리고 5월에도 상황을 본 뒤 비슷한 상황이면 또 0.25%포인트를 선택하는 형태의 방식이 되겠죠.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일단 연준이 움직이고 3월에 0.25%포인트를 하는데 앞으로 긴축 속도가 더 빨라지느냐 아니면 느려지느냐입니다. 월가 전문가들의 시각도 여기에서부터 갈립니다. 전자를 말하는 이들은 안 그래도 물가가 높았는데 유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뛸테니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쪽이고, 후자는 이게 맞는 말이긴 한데 고유가가 지속되면 결국 경기가 둔화할 수밖에 없고, 도중에 연준이 금리를 많이 올리면 침체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말입니다.

결국 고유가의 지속 여부가 핵심인데, 고유가가 얼마나 갈지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대러 에너지 수출제재가 실제로 이뤄질지, 이뤄진다고 해도 언제 시행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서방국가와 산유국에 충분한 준비 시간이 주어질지가 관건입니다. 증산과 수입루트 대체가 이뤄진 다음에 시행되는 수출제재와 전격적인 조치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미국 정부도 계속해서 이를 저울질 하고 있지요.



므누신, “12~18개월 뒤 기준금리 2~2.5%, 국채 3~3.5%”···“올해도 5%대 임금상승 지속할 듯”

파월 의장은 유가 상승에 1차로 인플레가 더 오르는 것은 맞지만 시간상 뒤에 따라오는 경기둔화도 함께 걱정합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파월이 장기 인플레 기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 일단은 우크라 사태 이전의 노선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확실히 올해 8~9번 같은 극단적인 금리인상은 없어진 게 사실이지만 우크라 사태가 긴축을 아예 멈추게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만, 계속해서 논쟁이 있을 건데요. 연준도 상황에 빠르게 움직이겠다고 한 만큼 미묘한 입장 변화가 있는지 잘 잡아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제의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이날 월가 안팎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준이 우크라이나 때문에 긴축 속도를 늦추는 것은 큰 정책실수가 될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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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파월 의장이 3월에 0.25%포인트만 올리겠다고 한 것을 두고 “실망스럽다”며 “연준은 3월에 0.5%포인트를 올리면서 금리인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1970년대 연준 의장인 아서 번스가 유가가 오르고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더 많은 돈을 풀었던 때와 비슷하며 불행하게도 이는 거대한 정책실수임이 증명됐다고 했는데요. 당시 연준은 물가관리에 실패했죠.

파월 의장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도 쓴소리를 했는데요. 그는 이날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연준은 오랫동안 (목표치인) 2%로 가지 못했다”며 “연준이 3월에 0.25%포인트만 올리기로 했지만 중요한 것은 매 회의 때 연준이 무엇을 하느냐보다 지금으로부터 1년이나 18개월 뒤 우리가 어디에 있을지다”라고 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수준은 12~18개월 뒤 기준금리는 2~2.5%,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3~3.5%인데요. 므누신이 얘기한 2~2.5%는 파월 의장이 어제 언급한 중립금리와 같습니다. 중립금리란 통화정책이 완화적이지도 긴축적이지도 않은 이상적 상황의 기준금리를 말하는데요. 경제가 물가 안정과 함께 최대고용을 달성할 수 있는 단기 실질금리입니다.

역산하면 내년 3월이나 9월 정도까지 많게는 9~10번 안팎의 금리인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 올해는 임금상승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일 나올 고용보고서에서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5.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1월은 전월 대비 0.7%, 전년 대비 5.7%로 최근의 흐름만 보면 약해지는 측면이 있는데 여전히 올해 내내 전년 대비 5%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입니다. 코로나 이전(3%대)과 비교하면 계속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말이죠.



더 늘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파···“주식 골라사야. 증시 계속 약해질 것”

이렇다 보니 물가상승 속 경기둔화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빌 그로스가 뛰어들었는데요. 그는 “미국 경제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보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신중한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인상을 생각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금리인상은 자산가격 하락을 불러와 금융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연준은 스스로 수갑을 채웠다고 본다”고 덧붙였는데요.

다만, 다 안 사기보다는 골라사는 게 맞겠죠. 제니 헤링턴 길만 힐 애셋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이 금융, 헬스케어, 테크, 소비 등 어떤 부문을 보고 있던지 간에 올해는 해당 부문을 무턱대고 다 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 역시 이날도 딜레마에 빠진 연준의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연준은 아주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으며 이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는데요. 또 “연준에 있어 최적의 선택 옵션은 사라졌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연준의 정책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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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장이 오른 것에 대해서도 “유가가 올랐는데 증시가 오른 것은 기술적인 반등으로 본다”며 “연준이 더 이상 유동성을 주입하지 않게 됨에 따라 증시는 계속 약해질 것이다. 다른 쇼크가 오면 더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연준의 긴축이 시작되고 있다는 큰 그림을 놓치면 안 된다는 뜻인데요.

어쨌든 모두가 다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건 아닙니다. 재우 나카지마 에버코어 ISI의 매니징 디렉터는 이날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주최로 열린 ‘향후 미국 경제와 주요 섹터별 전망’ 웹세미나에서 “미 소비자들은 2조달러의 추가 저축이 있어 인플레이션에도 소비가 강할 것”이라며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에 성장은 올해도 지속할 것이며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는데요. 침체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죠.

그는 올해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GDP)을 3.9%로 예측했습니다. 기준금리는 연말에 1.50% 정도가 더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봤는데요. 올해 6회 정도의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셈입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연준의 향후 노선은 4일 고용보고서와 10일 나올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더 분명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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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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