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좌우에 나란히 심은 암수 한 쌍…높이 20m·둘레 7m
세종 세종리 은행나무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세종시 연기면 세종리 임난수(1342∼1407) 사당 앞을 수백 년간 지켜온 은행나무 두 그루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세종시 기념물 '연기 세종리 은행나무'를 '세종 세종리 은행나무'라는 명칭으로 바꿔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임난수는 고려시대 무신으로,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자 세종리로 낙향했다고 알려졌다. 세종리에는 세종시 향토문화유산인 임난수 사당 '숭모각'이 있다.
은행나무 두 그루는 사당 앞에 나란히 서 있다. 이처럼 은행나무 암수 한 쌍을 정문 좌우에 심는 정형적인 조경 양식을 '행단'(杏壇)이라고 한다. 행단은 본래 공자가 은행나무 단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유교문화를 상징한다.
세종 세종리 은행나무 |
수령(樹齡·나무의 나이)은 약 600년으로 추정된다. 1934년 발간된 문헌 '연기지'에는 임난수가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었고, 세종이 이곳에 사당을 짓도록 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임난수 가문에 전하는 '부안 임씨세보'의 1674년 목판도 '부조사우도'(不祧祠宇圖)를 보면 사당 앞쪽에 규모가 상당히 큰 은행나무 두 그루가 묘사돼 있다.
또 충청도 공주목이 1859년 펴낸 '공산지'(公山誌)에도 임난수 사당과 은행나무 한 쌍에 관한 내용이 있다.
동쪽 수나무는 높이 20m, 지표 부근 둘레 6.9m, 폭 20.5m 안팎이다. 서쪽 암나무는 높이 19m, 지표 부근 둘레 5.4m, 폭 14m 내외다.
수나무는 전반적으로 용틀임하는 듯한 모양을 띠고 있으며 가지가 넓게 퍼져 있다. 암나무는 비교적 곧게 자란 편이다.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는 24건이며, 그중 두 그루가 함께 지정된 '당진 면천 은행나무'를 제외하면 모두 한 그루만 지정됐다.
부조사우도(왼쪽)와 공산지 |
현재 세종리 은행나무 주변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으로 인해 주택이 모두 철거됐고, 세종시는 나무 인근을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공원 남쪽에는 국회 세종의사당이 들어서게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종리 은행나무는 조선시대 전통적인 나무 심기 방법을 보여주는 역사·문화 가치가 있는 자연유산"이라며 "나라에 전쟁이나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나무가 울었다는 주민 이야기가 전하고, 정월대보름이면 제사가 거행됐다는 점에서 민속학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세종 세종리 은행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세종 세종리 은행나무 |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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