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중시하는 '평화'에 어긋나"…국내서도 러시아 문화재 교류 '신중'
러시아 카잔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6월 19일 러시아 카잔에서 개막할 예정인 제45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문화유산계에서도 보이콧이나 장소 변경과 관련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세계 문화·스포츠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며 러시아 예술인의 공연을 취소하거나 러시아와 경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세계유산 회의를 러시아에서 여는 것이 세계평화를 중시하는 유네스코 지향점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헌 건국대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네스코는 적대감을 과학과 교육과 소통으로 풀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고, 이와 관련해 핵심이 되는 단어가 평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나라를 침공한 나라에서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를 열 수 없다는 공감대가 세계유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다"며 "적어도 개최 장소는 옮겨야 한다는 의견들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잔에서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개최될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본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과 병행해 열려도 각국의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는 문화유산계에서 가장 큰 국제 연례행사로 꼽힌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 푸저우 회의가 1년 연기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누리집에는 제45차 회의 일정·장소 변경에 관한 별다른 공지문은 게시되지 않았다. 의장은 러시아인이고, 21개 위원국에 러시아도 포함돼 있다. 위원국 중에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이탈리아와 일본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올해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와 관련해 따로 통보받은 바는 없다"며 "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릴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합천 옥전, 고령 지산동, 고성 송학동,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창녕 교동과 송현동 등 가야 무덤떼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문화재 교류 사업을 준비해 온 국립기관들도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러시아과학원과 함께 발해 흔적이 남은 러시아 연해주 스타로레첸스코예 유적을 발굴해 왔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조사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6∼7월 유적 조사를 재개하려 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현지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연해주 유적 자료 수집 계획도 있는데, 여러모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러시아 예르미타시(에르미타주) 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이 예정돼 있었는데, 일단은 국제정세 등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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