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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우크라 전쟁에서 진가 드러난 '우주인터넷'…한국은 언제나?[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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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들이 궤도에 오르기 직전 팰컨9로켓에 실려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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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2*년 봄 어느 날, 북한이 쏜 장사정포 한 발이 서울 한복판의 KT 통신시설에 떨어졌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곧바로 수천발의 포탄이 서울 전체 통신망 등 주요 시설에서 폭발했고, 한국의 인터넷을 비롯한 모든 통신이 마비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소식을 알 수 없어 피난을 갈 수도 없고 집 근처 방공호에서 공포에 떨 뿐이었다.

가상 상황이지만, 유사시 한반도의 통신 마비 가능성은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드러난 '우주인터넷'의 가능성은 우리에게 많은 힌트를 준다. 지상의 인터넷망이 파괴ㆍ고장나더라도 우주에서 아무런 방해없이 위성을 통해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크라이나도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러시아의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 사이버 공격과 시설 파괴로 지상의 인터넷망은 대부분 마비됐다. 하지만 위성인터넷으로 스마트폰ㆍ소셜미디어에 로그인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자신들의 피해 상황과 러시아군의 진격 정보 등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 정부간에는 '가짜뉴스'를 동원한 선전 선동 등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 전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초고속 인터넷망이 촘촘히 깔린 한국 사람들은 잘 실감하지 못한다. 전세계의 3분의2 지역은 여전히 인터넷 오지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밀림 지대, 망망대해의 외딴 섬, 고도 수천미터의 산악지대, 태양이 내려 쬐는 사막, 눈으로 둘러 싸인 극지대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도 인구가 희박한 교외 지역에 나가면 아직도 인터넷 불통 지대가 많다. 지리적 위치나 환경, 기후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꿈에서 우주인터넷 서비스는 시작됐다. 처음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었다. 페이스북은 2015년부터 '아퀼라' 프로젝트로 이동 기지국 역할을 할 수 있는 보잉 767항공기 크기의 대형 드론을 성층권에 띄워 지구촌 오지에서도 무료로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야심 찬 꿈을 꿨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구글도 대형 풍선(룬 프로젝트)이나 페이스북처럼 태양광 드론을 성층권에 장기 체류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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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위성이 대세

대신 우주개발기업들의 소형 위성을 이용한 우주인터넷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위성 우주인터넷은 장애가 없어 어떤 기후ㆍ지형 환경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또 초당 1기가비트 이상의 속도로 지상보다 200배 이상 빠른 전송 속도가 가능하다. 보안이 철저해 지상망보다 해킹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정보 전송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사례처럼 유사시 지상망의 마비에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공위성 제작ㆍ발사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가능해졌다. 2000년대 까지 위성 발사 비용은 1kg당 약 2만달러 안팎이었지만, 민간 우주업체들이 재활용 발사체 등을 개발하면서 크게 낮아져 최근 들어 1kg 당 2000달러대로 크게 낮아졌다. 앞으로 발사비용은 1kg당 1400달러대까지 낮춰질 전망이다. 앞장선 것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구축 중인 '스타링크' 서비스다. 2019년부터 1000여개가 넘는 위성을 이미 발사해 2020년부터 미국, 캐나다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독일, 뉴질랜드, 호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베타서비스가 개통됐다. 우크라이나 지역도 당초엔 서비스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머스크가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27일 서비스가 활성화됐으며 더 많은 회선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통가 해저 화산 대폭발로 지역 통신망이 마비되자 긴급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요금 99달러를 내고 작은 위성 안테나를 지급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위성 수를 앞으로 1만2000개 이상으로 늘려 전세계에서 서비스할 계획이다.

여기에 다른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화그룹이 3억달러를 투자해 관심을 모았던 영국의 원웹(One Web)은 지난해말까지 위성 250여개를 발사해 알래스카, 캐나다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내 총 600여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 전세계 대상 서비스를 개통할 계획이다. 머스크라면 이를 가는 라이벌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카이퍼(Kuiper)라는 우주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차려 도전에 나섰고, 캐나다 통신업체 텔레샛도 '라이트스피드(Lightspeed)라는 이름의 우주인터넷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엔 항공기 제조 회사로 유명한 보잉사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우주인터넷 구축 계획을 승인받았다. 심지어 애플도 비밀리에 위성 통신 서비스 구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도 2020년 1만3000개의 저궤도 군집 위성을 쏘아 우주인터넷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유럽연합(EU)도 2027년까지 저궤도 인터넷 위성통신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현재 전세계에서 추진ㆍ계획 중인 우주인터넷 위성 숫자는 모두 7만개에 이른다. 오는 2031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해 2031년이면 시장 규모가 523억3000만달러(약 6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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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인터넷 중계기. 오는 8월 한국형 달 탐사궤도선(KPLO)에 장착, 발사돼 시험에 들어간다.


◇한국도 뛰어 든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초원천기술 연구 단계다. 첫 테이프는 오는 8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 궤도선(KPLO, Korean Pathfinder Lunar Orbit)이 끊는다. KPLO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우주인터넷(DTN, Disruption Tolerant Network) 검증기가 장착된다. 지구와 달 궤도선 간 우주인터넷 통신기술을 검증하고, 메시지 및 파일 전송, 실시간 동영상 전송 등을 시험하는 게 주 목적이다.

정부도 지난해 6월 위성통신 시범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는 2031년까지 초소형 통신위성 14대를 발사해 6G 위성통신용 저궤도 통신위성 시범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5년까지 1대, 2027년까지 3대, 2029년까지 3대, 2031년까지 7대씩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초소형위성 기업을 대상으로 위성개발 전 주기를 지원하는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사업, 우주산업 전문인력 양성 등도 추진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상 인터넷망을 구축해 놓은 한국이 IT 강국의 면모를 유지하려면 우주인터넷망 구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TDX(전화 교환기) 자립을 시작으로 1996년 2G CDMA시스템 도입, 2019년 5G 세계 최초 상용화 등 지상 통신 기술 분야에선 세계 최선두를 달려왔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초고속ㆍ저지연의 6G 시대는 위성 통신망이 필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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