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농심이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한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농심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7.6%, 안성탕면 6.1%, 육개장사발면 4.4%를 인상했다. 농심이 라면값을 인상하는 것은 2016년 12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2021.8.16/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팜유가 장바구니 물가를 흔들고 있다. 팜유는 라면, 과자, 초콜릿 등 식품 뿐 아니라 샴푸, 치약, 립스틱까지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폭넓게 사용된다. 팜유는 최근 1년간 60%가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지난해 코로나19(COVID-19)로 봉쇄 조치에 들어가자 생산량이 급감했고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류 차질까지 우려되고 있어서다.
━
과자·라면·샴푸까지 가격 인상 릴레이
━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3월부터 '새우깡' 등 스낵 출고 가격을 평균 6% 인상하기로 했다. 가격을 올린 건 3년 4개월 만이다. 회사측은 "3년여 동안 팜유와 소맥분의 국제시세가 각각 176%, 52%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과자 업체들의 가격 인상 릴레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8월 홈런볼과 맛동산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0.8%, 롯데제과도 롯데샌드, 빠다코코낫 등 제품 가격을 평균 12.1% 높였다.
팜유는 과자 가격의 뜀박질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라면값 상승의 주범이도 하다. 팜유는 기름야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이다. 무색무취인데다 산화에 강해 유통기한이 길다. 고온을 견뎌 바삭한 식감을 낼 수 있다. 역시 팜유가격이 뛰면서 농심은 신라면 등 라면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6.8%, 오뚜기도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상향 조정했다.
팜유는 식품 뿐 아니라 계멸활성제의 원료로 생활용품에도 널리 쓰인다. 국내 생활용품 업계 1위~3위 모두 올 들어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여기에도 팜유가 빠지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팜유, 코코넛 오일 등 원자재 가격, 인건비, 물류비 등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팜유 1년간 60% 급등...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사태 더해져
━
팜유는 좁은 면적에서 많은 기름을 생산할 수 있는 고효율 농작물이다. 원료비 절감에 적합하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대두유는 헥타르 당 0.4톤, 해바라기씨유와 포토씨유는 각각 0.7톤이 생산되는 데 반해 팜유는 3.3톤을 만들 수 있다. 팜유가 높은 포화지방, 자연파괴, 노동 착취 등의 이유로 비난을 받지만 산업계에서 대체제를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다.
팜유는 전 세계 공급량의 85%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다. 팜유 생산량은 그러나 2020년 이후 엘니뇨, 라니냐 등 이상기후와 함께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면서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팜유 생산량은 4689만톤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았다. 올해 예상 생산량도 4900만톤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전세계 팜유 수요는 최근 5년간 4%씩 증가했다. 팜유 1위 생산국 인도네시아는 국내 판매분이 부족해지자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부터 팜유 수출업체에게 계획된 수출량의 20%를 의무적으로 국내 시장에 팔 것을 명령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수급 불안은 가속화되고 있다. 4대 식물성 기름 중 하나인 해바라기씨유 수출 1위국은 우크라이나, 2위는 러시아다. 물류 통제와 함께 식물성 기름 가격이 뛰면서 팜유 가격도 치솟고 있다. 말레이시아 팜유 가격은 2주 전 사상 처음으로 톤당 6000링깃(MR, 약 172만원)을 돌파한 뒤 지난 24일 6454링깃까지 올랐다. 신고가다. 1년 전 대비 약 60%가 급등한 셈이다. 현지언론인 말레이시아 리저브는 "팜유 3월 선물 계약가격은 톤당 최대 6900~6920링깃이며 지정학적 상황으로 공급이 빠듯해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