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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푸이그 제대로 미치면 어떻게 될까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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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키움 히어로즈 스프링캠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야시엘 푸이그.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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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이그가 변했다. 천방지축이던 야생마가 날렵한 경주마로 바뀌는 중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전남 일대 전지훈련장에서 가장 큰 화제는 야시엘 푸이그(32)다. 실상 그를 뽑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워낙 들쭉날쭉 종잡을 수 없었던 화려한 전력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이면서 국내 무대 적응에 실패한 에디슨 러셀의 경우처럼 또 한번 1사 만루 찬스에서 헛스윙 삼진, 혹은 최악의 병살타가 나오지 않을까. 솔직히 우려됐다. 고약한 성질머리 어디 가겠나.

염려는 조금씩 사라지고, 좋은 의미의 대형 사고를 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제대로만 한다면 푸이그는 무서운 선수다. 메이저리그도 쥐락펴락했던 그다. 푸이그를 보면 1987년 일본 프로야구를 뒤흔든 봅 호너(전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떠오른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신인시절을 거쳐 30살의 한창 나이에 어느 구단도 받아 주지 않는 떠돌이로 전락,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려야 했던 야구 천재. 푸이그와 딱 일치한다. 호너의 놀라웠던 일본 프로야구 첫 4경기를 소개한다.

호너는 1987년 5월 5일 한신과의 홈경기서 데뷔했다. 세번째 타석서 1호 홈런을 기록했다. 다음날 3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야쿠르트의 홈구장인 진구구장은 좌우 펜스 거리가 97.5m로 짧다.

호너의 홈런은 3개 합계 380m로 모두 대형이었다. 평균 126.7m. 일본 야구팬들은 사이즈에 열광했다. 다음날 상대 투수들은 일제히 그에게 스트라이크를 던져 주지 않았다. 넷째 날 히로시마 하쿠다케 투수는 달랐다.

첫 타석부터 정면승부로 나갔다. 우익수 머리 위로 새카맣게 날아가는 홈런. 6회엔 아예 장외홈런을 터트렸다. 4경기서 11타수 7안타(0.636) 홈런 6개. 전에도 이후에도 없던 무시무시한 파워였다.

호너는 93경기만 뛰고도 3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볼넷은 50개나 얻어냈다. 호너는 메이저리그서도 한 경기 4홈런을 때려내는 등 파워 히터였다. 하지만 일본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시즌만 뛰고는 훌쩍 떠나갔다.

작별 이유에 대해 “야구를 하고 싶어 돌아간다”는 엉뚱한 말을 남겨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일본 야구는 야구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서는 홈런 3개만 기록한 후 은퇴했다.

푸이그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20홈런(28-23-24개) 이상을 때려낸 강타자다. 아직 32살의 전성기임을 감안하면 국내 무대서 봅 호너 이상의 깜짝 활약도 가능하다.

푸이그는 2013년 6월 4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에서 데뷔했다. 그 해 류현진이 한화에서 다저스로 옮겨 푸이그의 활약상은 국내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푸이그는 데뷔 두번째 경기서 홈런 두 방을 터트렸다.

6월 8일 마침 류현진 등판 경기서 애틀랜타에 0-1로 뒤진 6회 동점 홈런을 때려 깊은 인상을 남겼다. 4월 3승1패, 5월 3승1패로 잘 나가던 류현진은 시즌 3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푸이그는 재능 면에서 상위 0.1%에 속한다. 정신만 차리면 엄청난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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