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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시청률 의식해 꼼수 쓰다 뭇매 맞은 오스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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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낮은 편집·단편 등 8개 부문, 올해 시상식 생방송서 배제 결정

"영화 장인이 시청률의 희생양 됐다" 역풍…일각서 보이콧 논의

연합뉴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때 돌비극장 내부 모습
[돌비극장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최고 권위 영화상인 아카데미상이 최근 할리우드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다음 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제94회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을 TV 생중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은 모두 23개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주최 측은 이 가운데 편집, 분장, 음악, 미술, 음향, 단편 영화, 단편 다큐멘터리, 단편 애니메이션을 생중계 대상에서 뺐다.

이들 부문은 남녀 연기상과 작품·감독상처럼 스타 배우와 감독들이 후보에 오르진 않지만, 영화 예술을 완성하는 필수 영역이다.

하지만, 주최 측은 오로지 시상식 시청률을 고려해 8개 부문을 생중계 대상에서 배제했다.

오스카상 시청률은 최근 몇 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고, AMPAS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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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 트로피 이미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축하 공연 등이 대폭 축소된 지난해에는 사상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작년 시상식을 지켜본 미국 시청자는 985만 명으로, 전년 대비 58% 급감했다.

주최 측은 이 때문에 올해 시상식 시청률을 높이겠다며 꼼수를 썼다.

3시간으로 예고된 생중계에 앞서 화려한 볼거리가 없는 8개 부문을 먼저 시상하고, 이들 부문 수상 장면은 생방송 대신 짤막한 녹화 편집본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대신 생중계 때 뮤지컬·코미디 공연을 확대하고 후보작 영화의 주요 장면을 보여주는 시간을 늘려 오락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AMPAS는 지난 15일 생방송에서 배제된 8개 부문 회원들을 불러 온라인 회의를 열었고 최종 결정이라고 일방 통보했다.

이어 데이비드 루빈 AMPAS 회장은 22일 발송한 서한에서 "오스카 시상식은 라이브 TV 쇼"라며 "우리는 시청자를 우선에 두고 이 쇼를 활력 있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회원들의 양해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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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아카데미의 이런 결정은 역풍을 초래했다.

영화 예술을 발전시켜온 장인들을 시청률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이었다.

영화편집자협회(ACE)는 "이번 결정에 깊이 실망했다. 영화에 대한 우리의 기여는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부인할 순 없다"고 강조했고, 앨런 하임 영화편집자조합 회장은 "편집 장인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시간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화오디오협회(CAS) 이사회도 성명을 내고 8개 부문 생방송 배제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할리우드 영화계 일부 노조는 올해 시상식을 보이콧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에서 "오스카가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며 아카데미 회원들을 배신했다"고 질타했다.

WP는 "편집과 분장, 음악 등은 영화 예술의 기본이고, 이를 담당하는 사람은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배우 못지않은 이야기꾼"이라며 "아카데미가 단편 작품에 등을 돌린다면 영화 예술 자체에 파괴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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