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영업중기연합이 25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구 인생횟집 앞에서 24시간 영업 강행 선포식을 갖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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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10시 10분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생횟집’ 앞에 촛불을 들고 모인 30여명의 자영업자들이 일렬로 늘어서자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방역정책 모든 걸 지켰다~야야야야” “2년간 피땀 흘린 모든 걸 잃었다~야야야야” “이제는 모두 다 풀어 버리자”는 가사에 맞춰 촛불을 흔들었다. 이들을 지나 인생횟집 안에 들어서자 20여명이 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현행 방역 수칙에 따르면 식당은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지만, 이들은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날 한국자영업중기연합(중기연합)은 방역 당국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반대하며 24시간 영업 강행 선포식을 개최했다. 중기연합은 현행법상 ‘중소기업’ 요건인 ‘자산 총액이 5000억원 미만인 법인 혹은 개인’에 해당하는 자영업자 600여명이 모인 단체로, 정부의 방역 조치에 반대해온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소속 15개 단체 중 하나다. 당초 중기연합 회원들이 뜻을 모아 24시간 영업을 강행하려 했지만, 여러 여건을 고려해 인생횟집만 먼저 나서기로 했다.
한국자영업중기연합이 25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구 인생횟집에서 개최한 24시간 영업 강행 선포식에서 자영업자들이 외친 구호와 노래/김광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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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포식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집합금지 업종이거나 규모가 크고, 법인으로 등록된 경우 정부 보상에서 제외되는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K-방역이 성공했다고 하는데, 그 뒤에는 자영업자들의 희생만 있었다”고 했다. 지난 15일 코자총의 정부 규탄 시위 당시 삭발식을 거행한 양희경씨는 “20년간 모아온 것들이 2년만에 파괴됐다”며 “정부 요구를 이행하고 손에 남은 것은 체납고지서와 독촉장 뿐”이라고 했다.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이철근(62)씨는 “영업제한 때문에 빚은 늘어가는데 15개월 동안 아무런 보상도 못 받았다”며 “하루 빨리 영업제한 없이 정상적으로 장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50여분간 선포식을 진행한 뒤 인생횟집에 모여, 마치 코로나 이전과 같이 술자리를 즐기기 시작했다. 종로구청은 인생횟집에 당장 영업을 멈추라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행정 제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3회 단속 시 영업 정지를 부과할 수 있는데, 이와 함께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따른 고발 조치 등을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경찰은 선포식을 집회가 아닌 문화 활동으로 보고, 별도의 형사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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