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23번 대회 중 21번 개최국 금메달 증가
한국·일본 등도 모두 홈 어드밴티지 누려
심판, 홈팀에 유리한 판정 '동조이론' 압박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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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개최국 중국은 역대 최고인 금메달 9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91개 참가국 가운데 종합 3위를 차지했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선 금메달 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16위였다. 종전 가장 좋은 성적이었던 2010년 밴쿠버 대회 7위(금5 은2 동4)도 크게 뛰어넘었다.
중국의 약진은 ‘편파 판정’ 논란을 불렀다. 특히 한국이 강세인 쇼트트랙 종목에서 판정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7일 남자 1000m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황대헌과 이준서가 실격을 당하자 국내 여론이 들끓었다.
중국은 평창 대회보다 금메달 8개를 더 따냈다. 개최국의 직전 대회 대비 금메달 증가로는 2014년 소치 대회의 러시아와 함께 공동 1위다. 하지만 전체 메달 수로는 6개가 늘었을 뿐이다. 2002년 미국이 자국의 솔트레이크에서 기록한 21개 증가에 크게 못 미친다. 메달 증가 수는 공동 6위지만 베이징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메달 327개가 걸렸다. 전체 메달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역대 16위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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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초대 샤모니(프랑스) 대회부터 올해 베이징 대회까지 역대 동계올림픽 ‘홈 어드밴티지’를 살펴봤다. 개최국이 따낸 금메달과 전체 메달을 직전·직후 대회와 비교했다. 초대 대회를 제외한 23번 대회 중 개최국의 금메달이 증가한 경우는 21번이었다. 확률로는 91.3%다. 은, 동을 포함한 전체 메달 증가 확률도 같은 91.3%였다.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적이 향상됐다. 반면 개최국이 다음 대회에 나갔을 때 금메달 감소 확률은 72.7%, 전체 메달 감소 확률은 81.8%에 달했다.
개최국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평균 금메달 4.7개, 전체 메달 11.2개를 획득했다. 직전 대회(2.5개/7.6개)보다 각각 2.2개와 3.6개 늘었다. 대회 종합순위도 평균 6.5위에서 4.8위로 상승했다. ‘원정’으로 치른 다음 대회에선 평균 금메달 2.2개, 전체 메달 7.1개로, 각각 -2.5개와 -4.1개의 변화를 겪었다. 대부분 홈 대회 전 성적으로 되돌아갔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홈 어드밴티지는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동계뿐 아니라 하계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2022년 중국이 그렇게 특별한 사례는 아니었다.
베이징 대회는 동아시아에서 열린 네 번째 동계올림픽이다. 중국에 앞서 올림픽 호스트가 됐던 한국과 일본도 모두 홈 어드밴티지를 풍족하게 누렸다. 일본은 1968년 그르노블(프랑스) 대회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이전 8번 대회를 통틀어 은메달 딱 하나에 그쳤다. 하지만 개최국으로 출전한 1972년 삿포로 대회에서는 금·은·동메달을 하나씩 따냈다. 1998년 나가노에서 두 번째로 열린 대회에선 금메달 5개 전체 메달 10개로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대회보다 각각 4개, 6개 늘었다. 소치 대회에서 금 3개 포함 메달 8개를 따냈던 한국은 평창에서 각각 2개와 9개의 증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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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홈 어드밴티지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특징이다. 스포츠 베팅에서 배당률을 짜는 오즈메이커들이 가장 중시하는 변수가 홈/원정이다. 여론조사기업 닐슨의 자회사인 그레이스노트는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금메달 6개, 전체 메달 13개로 앞 대회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홈 어드밴티지를 반영한 계산이었다.
홈 어드밴티지 발생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여럿이다. 그중 하나는 심판이 홈 팀에 유리한 판정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는 가설이다. 집단의 압력이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심리학의 ‘동조이론’을 차용했다.
경제학자 토비아스 모스코비츠와 스포츠 저널리스트 존 베르트하임은 메이저리그 2002~2008시즌 볼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에서 판정 결과를 리서치했다. 투수가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로 공을 던졌을 때 홈 팀 타자는 원정 팀 대비 5% 많은 볼넷과 5% 적은 삼진을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판이 압박을 느끼는 ‘중요한 상황’에서 홈 팀이 훨씬 판정 이득을 누렸다.
축구는 야구보다 홈 어드밴티지가 훨씬 강하게 나타나는 종목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상대적으로 홈 어드밴티지가 적은 리그로 꼽힌다. 분데스리가에는 관중석과 필드 거리가 떨어진 구장이 많다. 이런 구장에선 동조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2014년 소치와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가장 판정 논란을 일으켰던 종목이 심판의 영향력이 큰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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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코비치와 베르트하임은 심판이 받는 동조압력을 무의식의 결과로 해석했다. 하지만 올림픽은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보다 훨씬 큰 자원이 투입되며, 더 강력한 주체인 국가가 주도한다. 그런 만큼 동조압력에 ‘무의식 외 요인’이 작용할 개연성도 높아진다. 개최국이 올림픽 성적을 국가나 지도자의 영광과 결부시키는 전체주의 체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실제 판정 내막과 무관하게 중국이 의혹의 표적이 된 이유다.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메가 이벤트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 서울에서 치러졌던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도 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일부 종목에선 심판 매수 기도도 있었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라는 이상을 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국가 간 쇼비니즘이 노골적으로 발현되는 무대이기도 했다. 국제 정치, 또는 개최국의 국내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게 올림픽의 역사였다. 하지만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할수록 스포츠는 덜 공정해진다.
쇼트트랙 판정 논란 이후 여야 유력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대중의 감정에 편승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편파 판정’을 기정사실화한 건 책임 있는 지도자의 태도로 볼 수 없다. ‘전랑외교’로 악명 높은 중국 정부는 한국 언론과 정계에 "반중 정서를 선동하고 있다"며 외교 상례에 벗어난 ‘훈계’를 했다. 모두 스포츠가 정치에 이용된 사례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스포츠미디어에 종사했던 입장에서 매우 유감이다.
한국야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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