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소수민족으로 등장한 한복 입은 여성(앞 쪽 오른쪽에서 두 번째) / 사진=Gettyimages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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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20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말 그대로 '역대급 대회'였다. 개막 전부터 코로나19 및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여러가지 제약이 따랐고 개최국 중국이 신장 자치구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족에게 인권 탄압을 했다는 문제를 이유로 서방 국가 정치권 인사들이 개회식에 불참하는 '외교적 보이콧'도 이어지며 요란스럽게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대회 진행 중에도 발생한 여러가지 문제들은 전 세계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개회식에서는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56개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해 많은 한국인들의 공분을 샀고 쇼트트랙 종목에서는 오직 중국 선수들에게만 유리한 이해할 수 없는 판정들이 연달아 나오며 '중국 체전'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게다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피겨스케이팅 대표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는 대회 전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돼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대회가 마무리 된 현재 여러가지 이슈들이 발생한 2주 간의 베이징을 되돌아보자.
▲ '韓服(한복)이 중국 문화?' 세계인의 축제에서도 이어진 중국의 '문화 약탈'
4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그러나 행사 중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56개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하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주한 중국대사관은 8일 입장문을 통해 "한복은 한반도의 것이자 중국 조선족의 것으로 이른바 '문화 공정', '문화 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며 "중국 측은 한국의 역사·문화·전통을 존중하며, 한국 측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적반하장 식의 주장을 내세웠다.
사실 중국의 문화 약탈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은 한복에 대해 '한복은 한푸(華服)에서 기원됐다'고 왜곡을 하고 있고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제품 기업인 샤오미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서는 한복을 '중국 문화(China Culture)'로 소개한 바 있다.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중국의 입장문에 대해 즉각 비판했다. 그는 "중국대사관 측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며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만을 가지고 한국인들이 분노한 것이 아니다. 이미 중국은 지금까지 너무 많은 '한복 공정'을 펼쳐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입장문이 한국 내 들끓고 있는 반중정서를 잠재우기 위한 것, 외신에도 많이 소개된 상황이라 '문화 약탈국'이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두려워 낸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만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도 넘은 편파 판정 속출…세계인의 축제를 '중국 체전'으로 만들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종목에서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 연이어 나오며 많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 판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개최국 중국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신설된 종목인 2000m 혼성 계주에서 중국은 초대 챔피언이 됐다. 그러나 금메달을 확득하는 과정은 결코 매끄럽지 못했다. 준결승전에서 쉬춘위, 판커신, 우다징, 런쯔웨이가 나선 중국은 헝가리, 미국에 이어 결승선을 3위로 통과하며 탈락이 확실시 됐다.
하지만 경기 후 비디오 판독 결과 심판진은 중국이 주자를 바꾸는 과정에서 미국과 ROC의 방해를 받았다며 미국에게 실격 판정을 내리고 중국에 결승 티켓을 선사했다.
규정 상 ROC는 중국의 터치를 방해했기 때문에 실격 사유가 충분했다. 그러나 중국 또한 터치가 이뤄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런쯔웨이는 ROC 선수의 접촉을 중국 선수가 터치한 것으로 착각해 터치 없이 레이스를 완주했다. 실격 사유가 분명함에도 중국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남자 1000m에서는 한국이 희생양이 됐다. 한국 대표 선수로 나선 황대헌과 이준서는 준결승전에서 각기 다른 조에 배치돼 1위,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됐다. 특히 황대헌의 경우 인코스를 파고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중국 리원룽이 뒤에서 잡아채는 장면이 포착됐음에도 심판진은 중국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황대헌과 이준서의 허무한 탈락으로 한국 선수 없이 진행된 결승전에서도 편파 판정은 이어졌다. 런쯔웨이와 리웬룽, 우다징(이상 중국), 류샤오린, 류샤오앙(이상 헝가리)이 경합을 펼친 가운데 류샤오린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런쯔웨이가 류샤오린의 팔을 잡아당기며 먼저 들어가려 했지만 류샤오린은 이를 버텨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심판진은 잘못된 판정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이어진 비디오 판독에서 류샤오린이 런쯔웨이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격됐고 금메달은 런쯔웨이에게 돌아갔다.
이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 심판이자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인 최용구 심판은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면 안 된다. 오심은 한 번이면 족하다. 한 번 이상은 오심이 아니다. 고의적이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획득하며 쇼트트랙 최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굳게 지켰다.
▲ 발리예바 도핑 논란…스포츠 정신은 어디로
ROC 피겨스케이팅 선수 발리예바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화려한 연기로 ROC의 금메달을 견인했지만 지난해 12월 채취된 소변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작용을 해 금지 약물로 지정된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게다가 이후 미국매체 뉴욕타임스를 통해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 하이폭센(Hypoxen)과 L-카르니틴(L-carnatine)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물들은 금지 약물은 아니지만 당시 미국반도핑기구(USADA)는 "금지된 약물 1종과 금지되지 않은 약물 2종을 함께 사용한 것은 지구력을 높이고 피로를 덜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도핑기구(RUSADA)는 트리메타지닌이 검출되자 발리예바의 자격을 일시 정지했지만 발리예바의 이의 제기에 곧바로 자격 정지를 철회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ISU,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RUSADA의 징계 철회에 대해 제소했지만 CAS는 14일 제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발리예바는 남은 종목이었던 피겨스케이팅 싱글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발리예바는 CAS 청문회에서 "할아버지가 복용하는 심장 치료제 때문에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은 컸다. 앞서 단체전 시상식도 진행하지 않은 IOC는 발리예바가 싱글에서 메달을 따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반응을 드러냈다. 많은 비판들이 발리예바에게 쏟아진 가운데 '피겨 여왕' 김연아도 자신의 SNS를 통해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이런 와중에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보유한 러시아는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으며 16살의 '가녀린' 소녀 뒤에 숨기 바빴다. 오히려 러시아 연방 의회 하원의 한 의원은 "발리예바가 폐막식에서 러시아 기수를 서야 한다"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발언을 해 많은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소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싱글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는 82.16점으로 1위에 올랐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141.93점에 그치며 합산 224.09점으로 최종 4위에 머물렀다. 발리예바의 기록은 대회 이후에도 진행되고 있는 도핑 규정 위반 조사에 따라 실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여러모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대회였다. 부디 다음 대회인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처럼 깔끔하게 진행돼 전 세계에 평화와 기쁨, 즐거움만을 주기를 바래본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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