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매달린 트리플 악셀, 올림픽 무대에서 두 차례 착지 성공
[올림픽] 유영 '보여줬다' |
(베이징=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 4년 뒤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면서 엄청난 고난도 점프 기술에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채점 체계가 고난도 점프를 성공하는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바뀌면서 수많은 선수가 어려운 기술에 목을 매기 시작했다.
스케이트 부츠의 경량화, 훈련 장비의 발전도 선수들의 기술 발전을 앞당겼다.
전세계에서 소수의 여자 선수가 성공했던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이를 넘어 트리플 악셀에 남자 선수들의 전유물로만 꼽혔던 쿼드러플(4회전) 점프까지 뛰는 선수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조차 "나 때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기술을 시도하는 선수들이 많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올림픽] 유영 '우아한 스파이럴' |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들의 진보는 러시아 선수들이 이끌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린 선수들에게 '지옥 훈련'을 시키기로 유명한 예테리 투틀베리제 코치의 지도를 받는 선수들이 주도했다.
여자 선수로는 세계 최초로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를 필두로 안나 셰르바코바 등이 4회전 점프를 장착해 세계 무대를 장악했다.
여기에 역대 최고의 완성형 선수로 꼽히는 '신기록 제조기' 카밀라 발리예바가 정점을 찍었다.
4회전 점프와 트리플 악셀을 모두 익힌 러시아 선수들이 점령한 피겨 여자 싱글 무대에는 다른 선수들이 발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였다.
러시아 선수들과 다른 선수들의 격차는 좁히기 어려웠다.
트리플 악셀 장착에만 7년의 세월을 쏟아부은 유영(수리고)은 큰 상실감과 좌절감에 무기력함까지 느꼈다.
그는 "트루소바가 처음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한 영상을 봤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며 "큰 충격을 받아 잠이 안 오더라"라고 말했다.
[올림픽] 최선 다한 유영 |
그래도 유영은 포기하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했다.
수없이 넘어져 온몸에 피멍이 들고 부상에 시달려도 유영은 트리플 악셀 완성도를 높이려고 굵은 땀을 흘렸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올림픽 메달의 꿈은 말 그대로 비현실적인 꿈이 됐지만, 유영은 쉬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다.
트리플 악셀은 단순히 올림픽 메달을 향한 도약대가 아니었다. 피겨 인생에서 마주한 도전, 그 자체였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 시도한 트리플 악셀이 다운그레이드(Downgrade·점프의 회전수가 180도 이상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받아 큰 감점 요소가 됐지만, 연기 후 활짝 웃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유영은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한번 트리플 악셀에 도전했다.
힘차게 날아 세 바퀴 반을 돌아 깔끔하게 착지했다.
심판은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내렸지만, 유영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약물과 반칙이 난무한 은반 위에서 깨끗한 땀으로 만든 아름다운 '3회전 반' 점프였다.
7년간 수없이 도전했던 점프를 압박과 부담 속에서 해낸 유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눈물을 쏟았다.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이고도 올림픽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의 앞 순서에서 팬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선사했다.
'피겨퀸' 김연아(2010년 금메달·2014년 은메달)에 이어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한 동시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을 뛴 '1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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