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 지르고 악수하고 포옹하고
방역·소독에 신경 쓴다지만
연설 때 마스크 벗는 등 논란도
17일 낮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이 후보의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기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부패 없는 성남! 공정한 대한민국!”거리유세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성남/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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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가 10만명이 된다는데 사람들이 너무 모여있으니까 걱정돼…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떨어져 보려고 하는 거지.”
서울 청계광장에 칼바람이 몰아치던 17일 정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세 현장을 지나치던 김아무개(68)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1500여명(민주당 쪽 추산)이 운집한 곳에서 한발짝 떨어져 유세차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청계광장에 모인 일부 지지자들은 서로 반가워하며 악수하고 포옹했다.
이 후보가 도착하자 현장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날은 추웠지만 이 후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와”하고 함성을 지르며 “이재명”을 연호했다. 사전연설에 나선 의원들은 “내 삶을 지켜줄 후보는 누구냐”고 물으며 호응을 계속 유도했다. 이 후보 지지자 홍아무개(63)씨는 “오미크론은 치명률이 낮다고 하고, 3차 부스터샷까지 접종해서 걱정이 덜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가 연설을 마치고 이동하자 조금이라도 그를 가까이 보려고 사람들이 몰리며 뒤엉키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다시 광화문에서' 거리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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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에 이어 9만명대를 기록하면서 여야는 방역과 흥행 사이에 ‘딜레마’에 놓이게 됐다. 선거까지 2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많은 유권자를 만나야 하지만,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국민의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윤석열 후보가 방문한 경기 성남 유세장에만 선거대책본부 추산으로 8000여명이 모였다. 안성과 용인에는 각각 3000여명, 500여명이 운집했다. 윤 후보는 연단에 오를 때마다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이동했고, 지지자들이 손을 내밀면 주먹악수를 하다가도 손을 맞잡기도 했다. 윤 후보를 가까이서 보려고 앞사람을 밀치는 혼란도 있었다. 현장에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다 함께 윤석열을 외치자”며 함성을 유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오전 경기도 용인 테이스티 애비뉴 옆 공터에서 열린 ‘역동적 혁신성장 대한민국 만들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용인/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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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공동 방역책임이 있는 민주당은 ‘코로나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각별히 방역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지역위원회에 ‘제2차 유세 매뉴얼’을 배포하며 유세 현장에서의 방역기준을 더 강화했다. 선거사무원은 최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로 구성하도록 했고 지역위·시도당 유세단은 일일상황보고를 통해 코로나19 발생을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들은 대부분 케이에프(KF)94 마스크에 파란색 선거운동 마스크까지 이중으로 착용하고 있었다. 서울 왕십리역 앞에서 만난 임진성(24) 선거사무원은 “케이에프94 마스크를 하루 3개씩 교체해가면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선거사무원에게 자가진단키트를 지급하고 마스크를 수시로 교체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사전에 (유세 현장의) 방역소독은 다 하고 있고, 동원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과 지지자 모두 유세 현장에서 조심하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는 연설 과정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청계광장 연설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누구처럼 마스크 벗고 하면 (안경에) 성에가 안 낄 텐데 국민과 합의했으니 (방역수칙을) 지켜야겠죠”라며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말이 있다. 내 작은 불편 못 견뎌 작은 규칙 어기면, 나에게 엄청난 불이익 있다고 하면, 더 큰 규칙 지키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2m 거리만 유지되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것이 실외 방역 기준”이라며 “앞에 투명한 가림막이라도 설치하려고 했는데 촬영기자들의 반대로 치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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