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두환 연희동 자택 본채·정원 공매처분 무효"

[경향신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대문 /이준헌 기자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을 걷기 위해 검찰이 전씨의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긴 처분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17일 전씨 부인 이순자씨와 전 비서관인 이택수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공매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연희동 자택에 대한 매각결정은 집행 당사자 적격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전씨가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고도 2205억원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자 검찰은 2018년 전씨의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겼다. 이 집은 이듬해 3월 캠코를 거쳐 51억3700만원에 낙찰됐다.

이에 전씨 일가는 형사판결 당사자가 아닌 가족들 명의의 자택을 환수대상으로 보는 건 위법하다며 공매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연희동 자택은 전씨의 부인 이씨 명의 본채, 이 전 비서관 명의 정원,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 명의 별채 3곳으로 나뉜다. 이번 소송은 본채와 정원이 대상이다. 법원은 본채·정원에 대한 공매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며 이씨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터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연희동 자택 본채·정원에 대한 검찰의 압류 자체가 위법하다고 확정 판결했다. 본채·정원은 전씨가 1980년 9월 대통령 취임 이전 취득한 것이어서 몰수 대상인 ‘불법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만 전씨 며느리 명의 별채는 전씨가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매수해 불법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의 압류 조치를 인정했다. 전씨 며느리 이씨가 별채에 대해 낸 공매처분 취소소송은 별도로 진행돼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1·2심에선 이씨가 패소했다.

전씨는 지난해 11월23일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전씨가 미납한 추징금은 약 965억원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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