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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첫 탑승 12일만에 올림픽 데뷔… 영화같은 트리니다드 토바고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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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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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던 자메이카 육상 100m 선수 데리스 배녹은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단거리 선수가 봅슬레이 종목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1998 캘거리 겨울올림픽 출전을 준비한다.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의 겨울올림픽 도전기를 그린 영화 ‘쿨러닝’은 이렇게 시작한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또 한 번 “리듬을 타자! 라임(rhyme)을 타자! 신나게 봅슬레이를 탈 시간! 쿨 러닝!”을 외치는 장면이 재현됐다. 주인공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안드레 마르카노(35)와 액셀 브라운(30). 마르카노와 브라운은 15일 중국 베이징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끝난 대회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서 3차시기 합계 3분 2초 56의 기록으로 28위를 차지했다. 30개 팀 중 뒤에서 3번째 기록이지만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같은 종목에서 남긴 32위를 뛰어 넘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역대 최고 겨울올림픽 성적이다.

원래부터 봅슬레이 선수였던 브라운과 달리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인 마르카노는 이번 대회가 자신의 봅슬레이 선수 데뷔전이었다. 영국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7년차 파일럿 브라운은 지난해 7월 어머니 고향 트리니다드 토바고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브라운은 파워와 스피드를 갖춘 육상 선수 출신이 브레이크맨에 적합하다고 생각해마르카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러브 콜’을 보냈다. 수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은 끝에 팀을 구성한 마르카노와 브라운은 지난해 10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처음 만나 훈련에 돌입했다.

다만 실제로 썰매를 타보지는 못하고 훈련 시설에서 썰매를 밀고 출발하는 연습만 했다. 마르카노는 베이징에 도착한 뒤 2일 열린 연습 레이스에서 생애 처음으로 봅슬레이를 타봤다. 첫 탑승 이후 12일만에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마르카노는 “누가 이런 이야기를 믿을 수 있을까, 나조차 믿기 어렵다”고 했고, 브라운은 “누군가의 데뷔전이 올림픽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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