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훈련 취재, 아침부터 줄 서야 가능…인터뷰장 출입은 '추첨'
발리예바에게 쏠린 눈…외면당하는 일반 선수들
[올림픽]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
(베이징=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감동과 기쁨, 환희, 도전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해야 할 올림픽 무대가 약물 파동으로 얼룩지고 있다.
세계의 관심은 약물 파동으로 물의를 빚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에게 집중돼 있다.
4년 동안 굵은 땀을 수없이 흘려가며 올림픽을 준비했던 세계 각국 선수들의 도전 과정과 스토리는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분위기는 올림픽 현장에서 잘 느껴진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훈련장과 경기장은 지난 10일 발리예바의 도핑 양성 반응 소식이 알려진 뒤 연일 엄청난 취재진이 몰리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미디어 출입구 앞에 가면 매일 긴 줄을 발견할 수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방역 문제로 훈련장 입장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는데, 선착순으로 취재 기회를 주다 보니 수많은 취재진이 아침부터 줄 서기에 나서는 것이다.
추위의 고통을 뚫고 훈련장에 입장한 대다수 취재진의 눈은 한 선수에게 몰린다. 발리예바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을 허가한 14일에도 그랬다.
이날 훈련장엔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몰렸고, 대다수 취재진은 입장조차 못 했다.
한국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이날 훈련장 입장의 행운을 누린 국내 취재진은 고작 4명이었다.
올림픽 데뷔를 앞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유영, 김예림(이상 수리고)의 도전 과정은 러시아가 몰고 온 '도핑 태풍'으로 인해 제대로 전달되기 힘들었다.
다른 나라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날 훈련을 마친 미국 국가대표 얼리사 류에게 몰린 취재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국 기자들이 온통 발리예바의 훈련 모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피겨스케이팅 공동취재구역 입장권 추첨 결과 확인하는 취재진 |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첫 경기가 열린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방역 지침으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출입 인원을 제한한다.
이날 전 세계 엄청난 취재진이 입장 신청서를 냈는데, 이 중 66명이 추첨을 통해 입장권을 받았다.
조직위는 출전 선수 면면에 따라 국가별로 입장권을 부여하는데, 한국 취재진은 총 5명만 입장권을 받았다.
그나마 한국 미디어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쇼트프로그램 7위를 차지한 루나 헨드릭스의 모국, 벨기에 취재진은 단 1명만 허가를 받았다.
믹스트존의 분위기는 훈련장과 비슷했다. 선수들에게 발리예바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해외 뉴스통신사는 아예 연기를 마친 모든 선수에게 도핑 문제에 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발리예바가 연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으로 들어오자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질문하려는 취재 기자들이 한꺼번에 움직였기 때문이다.
발리예바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직원의 보호를 받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이날 쇼트프로그램 선두를 차지한 발리예바는 1,2,3위 선수가 참석하는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2위를 차지한 안나 셰르바코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3위 사카모토 가오리(일본)에겐 예상대로 발리예바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발리예바의 도핑 사태는 베이징 올림픽을 집어삼키고 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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