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주최로 열린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에서 자영업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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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다시 한파가 불어 닥친 15일 오후 2시 20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자영업자 5명이 단상에 올라 이발 가운을 두르고 앉았다. “손실보상 100% 지급” 등의 문구가 적힌 머리띠를 두른 이들이 이발 도구로 앉아 있는 자영업자들의 머리카락을 전부 깎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잘려나간 이들의 손에는 “소상공인들에게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라고 한 지 2년이 지났다. 이제 무슨 돈으로 버텨야 하냐”는 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날 삭발을 한 유흥주점 업주 황의정(58)씨는 “2년 동안 임대료 8000만원이 밀려, 2000만원을 대출받고 연금보험까지 해약했다”며 “장사를 할 수 없으니 일주일에 두세 번 건설 일용근로자 용역을 뛴 돈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시민열린마당에서는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5개 자영업자 단체들이 모인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총연합(코자총) 주최로 정부 규탄 총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여한 이들은 “집합제한 명령 전면 해제하라” “우리도 세금내는 국민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빨간색 조끼를 입고, 가로 14줄에 세로 20줄로 총 280석 깔린 의자를 가득 채웠다. 일부 단체는 “쥐꼬리 만 한 손실보상 생색내기 그만하라”는 등의 거대 팻말까지 만들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이들은 정부에 영업시간 제한 철폐하고 매출액 10억 이상 자영업자와 코로나 이후 개업한 업소를 대상으로도 손실보상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방역 수칙에 따라 집회 현장에는 299명까지 참여할 수 있었고, 경찰은 집회 장소 주변에 펜스를 둘러친 뒤 참석자를 한명씩 세가며 인원수를 맞췄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자영업자 100여명은 경찰의 펜스 바깥에 둘러섰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주최로 열린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에서 자영업자들이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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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서는 자영업자 10명이 정부의 방역 조치를 규탄하며 삭발식을 거행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앞에서 98명이 삭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엄숙한 분위기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머리카락이 밀려나가는 이들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연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부산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양희경(50)씨는 연단에 서서 “K방역이 성공했다고 하는데, 자영업자들이 손에 쥔 것은 명도소송장과 체납고지서 뿐이다”라고 했다. 박성민 한국자영업준비연합 공동대표가 “정부로부터 1원도 받지 않았는데, 지원금 줄 듯 말 듯 우롱만 하고 있다”고 하자 곳곳에서 “옳소”라는 외침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집회가 마무리된 후 150여명의 자영업자들은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들은 “시간제한 철폐하라” “자영업자도 국민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복궁역을 거쳐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 부천시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임모(61)씨는 “이달 첫 주 매출이 4만5000원이었다”며 “밀려있는 월세라도 갚으려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매일 가게를 소독해도 손님은 없고, 손실보상도 없으니 적자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찰은 효자치안센터에서 청와대로 진입하는 길목에 펜스를 치고 시위대를 막아섰다. 이에 시위대는 현장에서 해산한 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 등 3명만 펜스를 넘어 이날 삭발한 머리카락을 담은 종이 박스와 정책제안서를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가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21일부터 영업시간 제한을 거부하고 24시간 영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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