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5% 올라 7년 내 최고
러 침공땐 에너지 대란 우려
일각선 "125달러까지 간다"
국내 기름값 1800원 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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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 공포감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배럴당 100달러 돌파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3개월 만에 다시 ℓ당 1800원 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사라지면서 서민 경제에 부담이 더해지고, 기업들은 비용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2.53% 오른 배럴당 95.4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014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WTI 상승폭은 25%를 웃돈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96달러 선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유가 급등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기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한 데 따른 결과다. 언제든 러시아의 침공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해온 미국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그간 침공 임박설을 부인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2월16일이 공격 날짜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이번 주가 분수령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유가는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에너지 조사기관 라이스타드에너지의 니산트 부샨 시장분석가는 "러시아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라면서 "원유 흐름에 차질이 발생하면 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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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120만배럴에 달한다. 일일 수출량은 500만배럴로 전 세계 원유교역량의 12% 상당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 노트를 통해 국제유가가 향후 배럴당 125달러까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출렁이고 있다. 서울지역 휘발유값은 유류세 인하 이후 3개월 만에 ℓ당 1800원선을 또 다시 위협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4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4.12원 오른 리터ℓ당 1714.58원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당 6.09원 오른 1783.01원이었다. 국제유가가 통상 2~3주 내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조만간 휘발유 값이 1800원을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국제유가 인상에 따라 항공물류, 석유화학업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평준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 위로 올라가면 원유 대체제로 지목되는 셰일가스나 천연가스와의 경쟁에서 크게 불리하다"면서 "최근 미국과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국제유가 인상이 제품가격에 반영되기가 어렵다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인상에 따른 휘발유 가격 변동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에 본격화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진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가 인상은 당분간 커다란 경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제유가 급등세 속에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종목별로는 S&P에너지 섹터가 전장 대비 2%이상 미끄러지며 유가와 반대곡선을 그렸다. 마러선오일(-4.50%), 다이아몬드백에너지(-3.76%), 엑손모빌(-1.53%) 등이 내림세에 장을 마쳤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상승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1.99%까지 오르며 다시 2%에 근접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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