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
독일·일본·우리나라만 있어”
민주당은 “검찰 제국” 반박
윤석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분야 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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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4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에게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공수처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권한을 분산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원점으로 돌리고, 권한과 예산을 검찰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제국 선언”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분야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검찰총장에게 지휘·감독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장관에게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주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 우리나라뿐”이라며 “이 제도를 만들어낸 나라에서도 사문화된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지휘권이) 더이상 악용될 기회를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별도 자료에서 검찰총장 재임 시절 자신과 충돌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거론하며 “구체적 사건에 관한 수사지휘권을 남용하면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검찰 개악’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한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법 개정 사안이다.
윤 후보는 또한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와 별도로 편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전례가 없는 체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청은 중앙행정기관”이라며 “그래서 독자적 예산 편성이 가능하고 국회서도 예산편성권을 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본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서 자신의 예산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검찰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공수처 정상화를 강조하며 “고위공직자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 상의) 독소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 24조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공수처가 검·경의 내사·수사첩보를 이관받아서 깔고 뭉개면 국가의 권력비리에 대한 사정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폐지를 공약한 공수처법 조항과 관련해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여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추가된 조항”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거론하며 “공수처가 계속 정치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야당 의원 거의 전원에 대한 통신사찰을 감행한다든지 하게 되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의 근본적인 회의를 바탕으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소년·아동·가정폭력사건을 통합 처리하는 통합가정법원 설치, 해사사건을 전담하는 해사전문법원 설치, 흉악범죄 형량 가중을 전제로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제 도입, 검·경의 책임수사제 구축을 공약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공화국_YES, #검찰제국_NO”라고 적었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SNS에 “윤 후보가 검찰의 숙원을 풀고 검찰권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공약을 발표함으로써 검찰제국의 초대 황제로 등극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밝혔다.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후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결국 무소불위의 검찰공화국임이 명백해졌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을 운운하더니, 공수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진용·박광연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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