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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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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인이 본 '무속 논란'…"누구는 조언, 누구는 개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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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신명회 이성재 총회장 "전체 폄훼에 집단행동 의견까지…곧 입장문"

"제대로 된 무속인은 거친 욕, 살생 안 해…눈속임 절대 금물"

연합뉴스

경천신명회 이성재 총회장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무속인 단체인 경천신명회 이성재(68) 총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개인 신당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무속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022.2.14 eddie@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종교인) 누구는 정치인에게 조언하면 괜찮고, 우리는 하면 안 된다는 건가요. (무속인 말이) 본인 생각하고 상통하면 밀고 나가면 되고, 다르면 안 하면 되는 거지요. '무속'이라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건 문제지요."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개인신당에서 만난 이성재(68) 경천신명회 총회장은 최근 대선판을 들썩였던 '무속인 논란'에 작정한 듯 말을 쏟아냈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일상 주변에 머물렀던 게 무속이었고, 요즘도 점집을 찾는 일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무속과 무속인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무속인 논란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모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캠프 운영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언론보도로 나오며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파상공세가 쏟아졌고, 종교계에서는 기독교 단체와 교단, 신학자, 교인을 중심으로 이른바 '주술 정치', '무속 정치'에 반대하는 성명이 이어졌다.

무속인의 비선 정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체적이었으나, 일부는 무속을 요사스러운 종교를 뜻하는 '사교(邪敎)'로 단정하고 폄훼하기도 했다.

평생을 무속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이런 일방적인 비난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그는 정치권,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무속인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속 무속인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했다. 이 중에는 무속인 단체 차원에서 집단행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격한 주장까지 있었다.

"보통 사람이든 정치인이든 스님이나 신부, 목사 등 종교인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상담하듯) 물어보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이번 논란의 시작은 그런 겁니다. 우리는 정치개입을 하는 게 아니에요. 논란이 커지면서 화가 난 분들이 거리에 나가자는 말도 했지만 제발 자제하자며 며칠이고 설득했습니다. 그러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죠. 조만간 '무속인 논란' 관련해 입장문을 낼 겁니다."

연합뉴스

"무속이라고 무조건 나쁘다는 건 문제"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무속인 단체인 경천신명회 이성재(68) 총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개인 신당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무속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022.2.14 eddie@yna.co.kr (끝)


경천신명회는 국내 대표 무교 단체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유교 등과 함께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에 속한 7대 종단 중 하나인 민족종교협의회에 몇 해 전 회원으로 가입했다. 무속이 민족종교협의회에 가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은 "무속이 정식 종교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회장도 무속인이다. 충남 논산 출신인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신명(神命)'이 왔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상여 행렬을 따라다니며 묏자리가 좋고 나쁨을 가리는 지관(地官)처럼 행세하기도 했고, 거리에서 보면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할 만한 행동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다 25세 때 정식으로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됐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서울새남굿(지노귀새남굿) 전승교육사다. 지노귀새남굿은 죽은 사람의 넋을 천도(薦度)하고,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기를 기원하며 지내는 제례다. 지난 30여 년간 그가 현생의 마지막에서 저승으로 안내한 망인들이 많다고 기억했다.

최근 무속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를 두고 승려니, 무당이니 도인이니 여러 말이 많았던 만큼 제대로 된 무속인을 알아보는 법을 이 회장에게 물었다. 신내림을 받았다며 무속인 행세를 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보는 경우가 아직도 왕왕 있다.

"상담이나 굿을 하며 거친 욕을 하거나 큰소리치는 사람은 아니라고 보면 됩니다. 신이 내릴 때는 선신(善神)과 악신(惡神)이 함께 옵니다. 악신은 보내고 선신을 받아들이는 건데, 이런 사람들은 신내림을 받았어도 악신을 모신 경우에요. 제대로 된 무교인은 제례를 하면서 살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누구처럼 살아있는 소를 마취시키고 껍질을 벗겨 통째로 제물로 바쳤다는 것은 우리 보기에 말이 되지 않습니다. 작두를 타도 칼날을 먼저 보이고 해야 하는 데 말이죠. 눈속임은 무교인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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