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머릿수’만 세는 통계 바꿔보니···韓 취업자 4년새 209만명 증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경연, 전일제 환산방식으로 노동시장 변화 조사

작년 취업자 수 2727.3만명 발표···FTE방식으로는 2651.2만명

“취업자 머릿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 총량은 줄었다···질적후퇴”

도소매·숙박음식업, 3040세대에서 취업자 감소 두드러져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한국 노동시장의 변화를 전일제 환산방식(FTE)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는 정부가 발표한 고용상황보다 질적으로 열악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가 집계하는 취업자 수는 일주일에 단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계산되기 때문에 ‘통계상 거품’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팀에 의뢰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로 본 고용의 변화 연구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임시·일용직, 도소매, 숙박음식업종 등 고용 취약 계층은 물론, ‘경제 허리’로 불리는 3040세대의 고용이 질적으로 나빠졌다.

단적인 예로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는 지난해 연간 2727만3000명이었다. 그러나 한 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FTE 방식으로 환산하면 지난 한해 취업자는 2651만2000명으로 뚝 떨어진다. 이는 2017년에 비해 209만2000만명(7.3%) 급감한 수치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54만8000명(2.1%)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박 교수팀은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FTE 방식의 취업자 규모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줄곧 우상향 추세를 보였던 통계청 취업자 수와 달리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8년부터 하락세에 접어 들었다고 지적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취업자의 ‘머릿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었다는 의미”라며 “고용상황이 외형적으로는 나아졌으나 질적으로는 후퇴하면서, ‘통계 거품’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2017년 이후 취업자 증가가 주로 정부의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 이라고 부연했다.

코로나19 이후 2년 간의 고용 상황에 대한 진단 역시 통계청 취업자 수 통계와 전일제 환산 통계 간 괴리가 크다. 2021년 통계청 취업자 수는 2019년 대비 0.6%(15만명)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이를 전일제 기준으로 환산 시 취업자수는 오히려 4.0%(109만3000명) 감소했다. 박기성 교수는 “재정 및 금융 당국이 통계청 고용통계를 근거로 국내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일제 환산 고용통계와 통계청 고용통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확한 현실 인식을 위해서는 FTE 고용통계를 보조지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전일제 환산 고용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고용상황은 과거에는 정책적 이유로, 이후에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라 급격히 악화돼왔으며, 아직 회복세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에서 전일제 환산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1년 도소매업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347만명으로 2017년 대비 20.0%(86.7만명)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폭(△44.2만명, △11.6%)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숙박·음식업도 2017년 대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19.0%(51.8만명),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는 8.3%(19.0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들 업종은 2019년 이전까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임금근로자 고용에 큰 타격이 있었고, 2019년 이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업계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가장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존 통계에 비해 실제 고용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분야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021년 455.5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11.3%(58.1만명) 감소했다. 반면, 통계청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4.3%(19.8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어 실제 제조업 고용시장의 타격이 통계 대비 약 3배 가량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전후로 일거리가 줄어 제조업 근로자들이 퇴근 후 대리운전 등 투잡에 나서며, 고용 통계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집계되는 ‘통계 거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공공일자리가 정책이 집중됐던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분야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 수가 31.9% 늘어났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15.4% 늘어나는데 그쳤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이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일제 환산 기준 취업자 수는 일용직(△26.5%), 임시직(△25.8%),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23.6%) 순으로 크게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에 대해 박기성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코로나19 충격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취업자 수가 통계청 기준으로는 3.2% 증가했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오히려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기성 교수는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홀로 가게를 지킨 사장이 늘어났지만, 이들마저 예전보다 일거리가 줄어 쉬는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령별로는 ‘경제허리’로 불리는 3040세대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는 지난 4년간 193.7만명이 줄어들었다. 지난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가 30대는 13.5%(82.6만명), 40대는 14.7%(111.1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율(30대 △6.8%, 40대 △7.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3040세대의 고용충격은 전일제 환산 고용률에서도 두드러졌다. 40대의 경우, 2021년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78.7%로 2017년에 비해 9.5%p나 하락했으며, 하락폭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컸다. 30대 역시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2021년 76.0%로 2017년에 비해 5.9%p나 하락했다. 반면, 통계청 방식으로는 같은 기간 40대 고용률 하락폭은 2.1%p에 그쳤고, 30대는 고용률 하락이 없었던 것으로 측정되었다. 이에 대해 박기성 교수는 “통계에 드러나지 않았던 3040세대의 고용총량 축소가 전일제 환산 방식을 통해 측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전후로 정부의 공공일자리 제공 정책이 집중됐던 고령층의 경우에도 통계청 통계와 전일제 환산 통계 사이의 괴리가 나타났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21년 540.6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32.2%(131.6만명)나 급등했다. 그러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2021년 취업자 수가 467.4만명으로 2017년 대비 17.9%(70.9만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박기성 교수는 “통계청 취업자 수가 실제 노동 규모에 비해 2배 가량 부풀려졌다”며 “이는 노인들에게 제공된 공공일자리가 대부분 주 20시간 이내의 파트타임 근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존 통계청 고용통계와 현장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영국,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미니잡’이라는 이름으로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기존 ‘머릿수 방식’ 고용통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일제 환산 방식의 고용통계가 OECD를 중심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박기성 교수는 “과거 선진국들이 경험했듯 우리나라도 경제 발전 과정에서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커지면서, 머릿수 세기 방식의 통계청 고용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시작했다”며 “전일제 환산(FTE) 고용통계의 공식 도입이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