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방식 수싸움… 대선판세 안갯속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면담하고 나온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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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대선을 24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가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선제적인 단일화 제안에 일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을 두고 양측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의 치열한 선두 다툼 속에 야권 단일화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대선 판세는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 “완주한다”던 安,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
安, 유튜브로 회견… “확진 아내에 미안” 울먹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3일 유튜브를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 씨의 코로나19 확진에 따라 대면이 아닌 유튜브로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오후 음성 판정을 받은 안 후보는 회견에서 “(아내가)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는데 남편으로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국민의당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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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13일 후보 등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자”라며 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그간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아온 안 후보가 일단 윤 후보와 함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 야권 관계자는 “안 후보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면서 현실적으로 단일화 카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안 후보가 선제적으로 단일화를 제안한 건 향후 단일화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는 “180석이 넘는 여권을 상대로 100석이 겨우 넘는 지금 야권 의석으로는 박빙으로 대선에서 이긴다 해도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2년간 개혁과 정치 안정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선 압도적 대선 승리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현재의 4자 구도 속에서 설령 윤 후보가 승리한다 해도 집권 후 독자적인 국정 운영이 쉽지 않은 만큼 반드시 단일화를 수용하라는 요구다.
또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안 후보는 단일화 방법과 관련해 추가적인 협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단일화 방식을 이번에도 적용하자고 밝히며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로 결단함으로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든 사람”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이겼던 방식을 국민의힘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압박인 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론조사 요구에 대해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가 마냥 후보직을 던질 수는 없기 때문에 명분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국민에게 의향을 물어보는 절차는 필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여기에 안 후보 측은 최근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윤 후보와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 尹 “긍정적”이라면서도 복잡한 속내
안 후보의 제안을 받아든 국민의힘은 대응 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의 문이 열린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선뜻 받기엔 여권 지지자들의 ‘역(逆)선택’ 가능성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날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여론조사 얘기를 들었는데 좀 고민해 보겠다”고 한 이유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도 “여론조사 방식 등을 두고 단일화 협상이 길어질 경우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 각종 의혹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단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선거대책본부의 한 핵심 의원은 “(안 후보가) 민주당과 (단일화를) 저울질하다가 깨진 걸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라며 “그래 놓고 이제 와 정권교체를 앞세워 무작정 ‘받으라’고 하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부처님 손바닥에 놓은 손오공의 사진을 올리며 “국민의당이 지금까지 단일화는 없다는 식으로 우리 당을 공격했던 논평을 냈던 것은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이날 안 후보를 향해 “야권 통합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하며 여론조사가 아닌 담판을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고 역제안했다. 다만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갈등 끝에 단일화가 완전 결렬된다면 거센 책임론이 윤 후보를 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국민의힘의 고민이다. 이날 윤 후보와 선대본부 인사들의 오찬에서도 “여론조사 경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자”는 의견과 “경선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엇갈렸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윤 후보는 별다른 언급 없이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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