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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美아프간 동결자금, 9·11 희생자 배상금에 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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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정부가 美에 남긴 70억 달러

바이든 “유족-아프간 국민에 반반씩”

탈레반 “아프간 자금을 도둑질” 반발

동아일보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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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의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에 축출된 당시 아프간 정부가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남겨놓은 70억 달러(약 8조4000억 원) 중 절반이 2001년 9·11테러 희생자 유족을 위한 배상금으로 쓰일 길이 열렸다. 탈레반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아프간 돈을 미국인에게 쓴다는 점 때문에 미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1일 미국에 동결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돈 70억 달러 중 35억 달러는 9·11테러 희생자 유족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35억 달러는 아프간 국민을 지원하는 데 쓰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9·11테러 후 150여 명의 유족은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 테러 주범 오사마 빈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탈레반 등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원은 2012년 70억 달러의 배상금 지급을 판결했다. 당시에는 아프간 산악지대에 은거하는 탈레반 등에 배상금을 받아낼 길이 없어 상징적 의미가 더 큰 판결이었지만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희생자 유족은 지난해 9월 이 자산을 자신들을 위한 배상금으로 압류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 경제가 극심한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간 자산을 미국인 배상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논란 또한 거세지고 있다. 모하마드 나임 탈레반 대변인은 11일 트위터에 “아프간 정부의 동결 자금을 도둑질하는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인간다움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역시 “70억 달러는 모두 아프간 국민의 것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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