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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조계종, 정부와 갈등 봉합 뒤 ‘자승 비판세력’ 고사작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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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하순 예고한 범불교대회 취소

승려대회 반대한 승려들 고발 이어

‘불교포커스’ 압박해 결국 폐간 결정


한겨레

서울 조계사 앞마당에서 천리순례단 등이 자승 스님을 비판한 조계종민주노조원 등의 참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조계종민주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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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편향을 이유로 지난달 21일 전국승려대회를 열며 강력히 맞섰던 조계종이 이달 하순쯤으로 예고했던 범불교대회를 열지 않기로 함에 따라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불교계와 현 정부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종교편향불교왜곡범대책위원회는 10일 대책 회의를 열고 범불교대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종교 편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등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미 실리는 챙겼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입장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통문화발전특위가 국립공원과 문화재 보존정책을 규제 일변도에서 종합적 국가지원체계 정립으로 대전환을 선언했고,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안 등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위한 법령 개정 계획도 발표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종교평화차별금지위원회도 설치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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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을 비판해온 불교매체 <불교포커스>가 있는 서울 중구 장충동 우리함께빌딩에 천리순례단 등이 붙여놓은 폐간 촉구 문구들. 조계종민주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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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의 상왕으로 불리는 자승 스님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주축이 되어 정부·여당으로부터 실리를 취하면서 불교계 내적으로는 ‘반 자승 스님 세력’ 고사 작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달 26일 불교매체 <불교포커스> 유튜브 방송에서 자승 스님을 비판한 조계종 민주노조 홍보부장 박정규 종무관을 해고한 데 이어, 27일엔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앞두고 스님들을 대상으로 찬반 설문 조사를 공표한 정의평화불교연대(정평불)와 이도흠 공동대표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정평불은 지난달 19~20일 조계종 소속 승려 1만8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조사에 참여한 승려 942명 중 601명(63.8%)이 전국승려대회에 반대하고, 301명(32%)이 찬성했다고 공표한 바 있다. 조계종은 승려들의 휴대전화번호를 당초 수집 목적 범위를 일탈해 설문 조사에 이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고발 사유를 밝히고 있다.

정평불은 이에 대해 “종단 개혁 운동 당시에 스님들로부터 종단 개혁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하고 받은 번호를 활용한 것”이라며 “이번 설문 조사 역시 종헌을 초월하는 초법적 위상을 갖는 승려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안에 대한 스님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기에 종단 개혁과 관련된 사항이자 공익을 위한 것이며, 조사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원하지 않는 승려들은 응답을 하지 않으면 되었기에 추호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적용되는 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평불은 또 “그럼에도 종단이 이런 무리수를 둔 이유는 이를 통해 압력을 넣고 귀찮게 하여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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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에 앞서 스님과 불자들이 전국승려대회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승려와 불자 일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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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은 또 승려대회 반대 기자회견을 한 허정 스님 등 3명에 대해 종단 사정기관인 호법부로 나와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자승 스님 주도로 지난해 10월 천리길을 도보 순례한 천리순례단 등이 조계사에서부터 <불교포커스>가 있는 서울 중구 장충동 우리함께빌딩까지 항의 방문하고, 비방 대자보를 붙여 압박해왔다. 이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자승 스님을 비판해온 불교매체인 <불교포커스>가 15일부로 폐간을 결정해 불교계 안팎으로부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자승 스님의 비리 혐의를 비판해온 <불교포커스>는 총무원으로부터 ‘해종언론’으로 낙인 찍혀 광고 탄압을 받아 고사 상태인데다, 1년여 전 신희권 대표가 뇌출혈로 투병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어왔다.

불교계에서는 자승 스님이 입법부인 종회를 비롯해 불교 권력을 사실상 장악한 가운데 조계종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어 2015년 불자 인구 감소세를 보인 이래 불교에 대한 민심 이반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여러 언론의 불교계 기사에는 자승 스님을 비롯한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 엔지오(NGO) 신대승네트워크는 잇따른 반대 세력 해고 및 고발, 언론탄압과 관련해 “지금 종단은 더 이상 경직될 수 없을 만큼 경직돼 눈감고 귀막고 있어 종단 정책을 비판하면 바로 ‘해종’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비판을 막고 시정하지 않는 종단은 쇠락할 수밖에 없고, 종도로부터, 국민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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