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떨어지며 마지막 승부수 던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3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특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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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피력하며 단일화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일 후보 등록 직후 국민의힘에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후보 단일화를 선제적으로 제안해 야권 분열의 책임론을 국민의힘 쪽으로 돌리는 한편,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승리를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는 이날 유튜브로 생중계된 특별 기자회견에서 단일화를 전격 제안한 이유에 대해 “제가 완주한다고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해도 정말 집요하게 단일화 꼬리만 붙이려고 하니 그렇다면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국민 판단과 평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 길을 굳건하게 가는 게 안철수의 이름으로 정권교체 하는거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지지층의 단일화 요구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안 후보가 기존 입장을 철회하는 ‘결단’을 했다는 설명이다. 안 후보의 독자 출마로 야권 표심이 갈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책임론이 집중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제안을 안 받으면 윤 후보가 단일화에 의지가 없는 사람이 되고, 제안을 받으면 역선택을 동원해서라도 윤 후보를 이겨보겠다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안 후보로서는 국민참여 여론조사 방식이라면 다자구도 열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p) 에서 단일화를 전제로 가상 3자 대결에서, 윤 후보(48.5%)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이재명 민주당 후보(41.9%)를 6.6%포인트 앞선 반면, 안 후보(44.1%)는 이 후보(36.3%)를 7.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더300의 의뢰로 지난 7~8일 벌인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윤 후보로 야권 단일화 될 경우 격차는 오차범위 내(5.3%포인트)였지만, 안 후보의 경우 이 후보와의 격차가 9.7%포인트로, 오차범위를 넘어섰다.
독자적인 힘으로는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현실’ 앞에서 마지막 남은 가능성을 두드려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한달 전 15% 안팎을 넘나들었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현재는 10%대 아래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고 있다. 안 후보가 완주한다고 해도 15% 이상 득표하지 못한다면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데다 향후 정치적 입지마저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왜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바꿨는지는 사실 우리도 명확한 설명이 안된다”며 “지지자들의 뜻을 받들어 현 상황을 타개해보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만약 윤 후보로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향후 자신에게 상당한 정치적 지분이 보장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도 있다. 안 후보가 이날 “먼저 차기 정부의 국정 비전과 혁신 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한 것을 약속”하자고 제안한 것도 ‘통합정부’를 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안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 경쟁에서 지더라도 차기 정부에 대한 상당한 지분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지지율이 떨어지기 전에 단일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철수 수순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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