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샤머니즘 희생자 될 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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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문재인 정부의 적폐수사’ 발언을 고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전날 충청·제주 방문 일정에서도 가는 곳마다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이 후보는 13일 제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도 45분가량 즉석연설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검찰 수사를 상기시켰다.
이 후보는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13년 전 국민의힘의 전신 정권이 우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보복 하느라 그분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안타까운 기억을…그런 일이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공언하는 후보가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전 두렵다. 제 개인의 안위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가 다시는 숨쉬기도 어려운 비민주적 나라로, 인권과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로 퇴행할 것이 두렵다. 지금 안타깝게도 그 가능성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집권하면 ‘폭압 정치’로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만약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돼서 말하는 대로, 촛불도 엄단하고 언론사도 마구 폐쇄해버리고, ‘5년짜리 (선출 권력이) 감히 검찰에 겁도 없이 달려드느냐’고 생각하는 검찰 국가가 된다면 그게 누구의 불행이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 숨어들어서 유인물을 만들어 뿌려야 하는 그런 비민주적 국가, 폭압 정치·공안정치의 나라로 되돌아가고 싶냐”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와 무속을 연결지으며 공격 강도를 한층 높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윤 후보는 티브이 토론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압수수색 지시가 정치적 쇼였기 때문에 안 했다고 하는데 국민이 죽어가고, 그 엄혹한 상황에서 빨리 명부를 구하고 조치를 하라는 게 어떻게 쇼가 될 수 있냐”며 “쇼야말로 검찰총장이 한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독립기념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윤 후보로부터 은혜를 입은 신천지는 (윤 후보를) 도와주라는 조직적 지시를 해 1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숫자가 당원으로 가입, (국민의힘) 경선 결과에 영향이 있었다는 건 대체로 사실에 접근해 보인다”며 윤 후보와 신천지 유착설을 제기했다. 앞서 <세계일보>는 지난달 17일 윤 후보가 신천지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반려한 배경엔 건진법사라고 불리는 무속인 전아무개씨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는 전날 즉석연설에서도 “중요한 일들을 주술사들에게 샤머니즘에 의존해 결정하면 우리가 모두 샤머니즘의 희생자가 된다. 다시 궁예의 지배를 받는 암흑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천안) “다시 최순실 불러내고 싶냐”(청주 연설)고 말하는 등 ‘주술 프레임’을 동원해 윤 후보를 직격했다.
선대위 내부에선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 이후 민주당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11일 30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1.8%p)에서 윤 후보는 41.6%, 이 후보의 39.1%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윤 후보는 그 전주엔 5.3%포인트 차로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 후보의 발언 수위가 지나치게 높지 않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선대위에서 네거티브는 ‘2등 전략’이라고 계속 말해왔는데, 지금 이 후보의 발언을 보면 조급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천안·청주·제주/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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