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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분노’ 친문 결집시키나… 대선정국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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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분노’ 친문 결집시키나… 대선정국 격랑 속으로

속보
尹 "장기집권 계획 세운 적 없어"
‘적폐수사’ 논란에 들끓는 민주당
정권 초 적폐수사 정당성 훼손 판단
직접 메시지 작성 참모에 공개 지시

文지지자, 李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 커
중도층의 尹 향한 결집도 배제 못 해

민주 “한국 정치사에 처음 있는 망동”
靑 출신 의원 20명 윤석열 규탄 가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눈을 감고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눈을 감고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20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아 강력히 비판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다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판에 나선 터라 파장이 만만치 않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윤 후보의 ‘정치보복’ 발언에 대한 반론권 행사 차원이라며 “망동”, “분열·갈등의 조장” 등의 거친 언사를 사용해 반박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우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지지 의사를 유보했던 친문(친문재인)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예상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경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친문 진영으로부터의 100%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사실상 문 대통령 퇴임 후 수사를 시사하면서 친문 지지자들이 이 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권교체’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오히려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중도층의 윤 후보를 향한 결집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여론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분노한다”는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메시지를 작성해 공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저녁 뉴스를 보고 ‘윤 후보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발언으로 정권 초 적폐청산 수사의 정당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한 것도 문 대통령의 ‘분노’의 원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분노’라는 표현을 쓴 것은 2018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수사에 ‘정치보복’이라고 하자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문 대통령 발언을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것을 놓고 “완벽한 허위사실을 가지고 국민에게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고 있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는 것이 정치중립인가”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 발언이) 선거전략 차원에서 한 것이라면 굉장히 저열한 전략이고, 만약에 소신이라면 굉장히 위험하다”며 “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당선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당선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윤 후보 공세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윤 후보 규탄문을 내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정치보복을 선언하고,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 20명도 윤 후보 발언은 “한국 정치사에 처음 있는 망동”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2009년 5월 그날의 아픔은 많은 국민들에게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라며 민주당 진영 내 ‘노무현 트라우마’를 자극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정치중립 시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대선에 등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성철 대구 카톨릭대 특임교수도 “대통령이 선거 국면에서 분노를 특정 후보에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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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선은 문 대통령의 직접 비판 발언이 미칠 여파에 쏠린다. 일단 문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이 후보에겐 미온적인 이른바 강성 친문 세력들이 이 후보 지지로 뭉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선거공학적으로 볼 때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머뭇거리고 있는 친문들이 이 후보에게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비토층들도 윤 후보에 결집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와 한국갤럽이 7∼8일간 실시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 지지율은 54.6%로 정권유지 37.5%를 앞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후보가 가려지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며 “어떻게 핸들링(진행) 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도형·이동수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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