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전-법인카드 논란 사과회견… “수사-감사 통해 진실 규명 최선”
제보자 “그 많은 음식 누가 먹었나”
김혜경, 4차례 고개 숙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약 460자 분량의 사과문을 읽으며 총 4차례 고개를 숙였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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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자신을 둘러싼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불법 유용 논란과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공과 사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12일 만이다. 앞서 2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던 김 씨는 논란이 계속되자 사과 기자회견에 나섰다.
김 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라며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의 기자회견은 이날 오전 이 후보와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때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7급 공무원으로 일했던 A 씨는 총무과 소속 5급 배모 씨의 지시에 따라 김 씨가 복용하는 약의 대리 처방 및 법인카드 불법 유용 등이 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 씨는 배 씨에 대해 “성남시장 선거 때 만나서 오랜 시간 알고 있었던 사이”라고 설명했고, A 씨에 대해서는 “제가 도에 처음 왔을 때 배 씨가 소개시켜 줘서 첫날 인사하고 마주친 게 다다. 그 후에는 소통하고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A 씨는 기자회견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한 기자회견”이라며 “(김 씨가) 꼭 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씨를 향해 “‘법인카드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김혜경 “제보자는 피해자… 제가 져야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
이재명 부인 ‘과잉 의전’ 논란 사과, 460자 분량… “책임지겠다” 4차례
“5급 공무원 배씨 통해 소개받아, 첫날 인사 전부… 그뒤론 소통 안해
남편도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해”… 법카 유용-대리처방 여부엔 침묵
이낙연, 이재명 참석한 회의서… “진솔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필요”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기자회견장에서 사과문 발표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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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에 대해 9일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 논란으로 인한 부정적 여파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민주당의 위기의식 때문이다. 앞서 이 후보와 김 씨가 사과했지만 논란이 지속되면서 11일 열리는 두 번째 대선 후보 TV토론 전에 김 씨의 직접 사과를 통해 매듭 짓기에 나선 것. 김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것에 대한 이 후보의 반응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빙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짚고 넘어갈 문제는 확실히 사과하고 가자는 판단으로 기자회견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 네 차례 고개 숙인 金, “제보자에 사과”
김 씨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그는 2일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는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공개 행보를 취소하고 칩거를 해왔다.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기자회견을 시작한 김 씨는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고 말했다. 약 460자 분량의 사과문을 읽으며 김 씨는 네 번 고개를 숙였고 “책임지겠다”는 표현을 네 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두 번 했다.
김 씨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전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모 씨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라며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논란을 폭로한 제보자인 전 경기도청 비서실 공무원 A 씨에 대해서는 “제가 A 씨와 배 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근택 대변인 등이 ‘폭로 진의’ 등을 언급하며 A 씨를 비판해 2차 가해 논란이 인 것에 대해 김 씨는 “A 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김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인카드로 구입한 음식의 사용처, 대리 처방 여부, 이른바 ‘카드깡’ 논란 등 의혹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A 씨는 기자회견 뒤 입장문을 통해 “(김 씨가) 꼭 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기자회견 前 이낙연 “진솔한 사과 필요”
당초 민주당은 논란에 대해 “이 후보와 김 씨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A 씨의 구체적인 폭로가 이어지자 당내에서도 “무작정 모른 척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총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이날 첫 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전 대표가 “어느 것이든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회의에는 이 후보도 참석했다. 한 여당 의원은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에 비하면 작은 일로 인해 위축돼 후보 배우자로서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과할 것은 확실히 사과하고, 후보 배우자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씨가 수사, 감사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씨 관련 의혹의 검경 수사와 경기도 감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이 후보 부부와 배 씨를 국고 손실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서는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경 수사와 별도로 경기도 차원의 감사를 진행 중인 김희수 경기도 감사관은 이날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식으로 감사 계획보고서를 작성해 (감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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