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마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 추모식 및 대선 후보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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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청와대) “노골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나 다름없다.”(더불어민주당)
집권하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는 뜻을 표시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청와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여당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선거지만 서로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것”이라며 “(윤 후보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나온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할 거다”라며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선과 관련한 언급을 삼가왔지만, 이미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정사실화한 윤 후보의 발언은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쪽도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이 후보는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보복을 하겠다고 들릴 수 있는 말씀”이라며 “매우 당황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부끄러움도 없이 사적 복수의 야욕을 드러내는 세력에게 국가를 맡길 수는 없다”고 썼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일제히 긴급성명서와 논평을 내고 기자회견도 열어 윤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보복의 칼을 겨누는 것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망국적 분열과 갈등의 정치다. 윤석열 후보는 정치보복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윤 후보가 마침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검찰공화국 야욕을 낱낱이 드러냈다.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등 친위부대들에 완장을 채워 서슬 퍼런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역시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도 녹취록에서 집권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말했다”며 “배우자는 언론보복을 공언하고, 남편은 정치보복을 선언하다니 부부가 공포정치를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는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아침부터 혈압이 확 올랐다”며 “국민의힘은 이미 다 집권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플러스’에 올린 글에서 “정치보복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해하고 고인께서 운명이라 말씀하시며 우리 곁을 떠나시는 데 일조했던 윤석열 후보가, 이제 와서 감히 그분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 윤석열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정치보복을 한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짓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후보의 발언이 친문 지지층을 이재명 후보 쪽으로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윤 후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여권 지지 세력의 70% 정도만 이 후보에게 뭉쳐 있는 상황에서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층 중 일부는 이 후보가 당선되면 문 대통령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윤 후보의 발언으로 이들의 마음이 조금 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이완 최하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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