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편가르기·줄세우기·사유화 비판 “검찰 정치적 이용 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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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집권 시 문재인 정부 수사’를 공언하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대선 직행 검찰총장 출신 후보의 ‘검찰본색’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 정권 수사를 지휘하게 될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찰 시절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임명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벌써부터 검찰 인사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윤석열 사단 중용’을 통한 검찰 줄세우기, 검찰 사유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집권 시 측근 검사들을 중용해 (전 정권) 보복수사를 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돌연 ‘A검사장’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왜 A검사장을 무서워하나. 이 정권에서 피해를 많이 보았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 안 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 (이 정권에서) 거의 독립운동하듯 해 온 사람이다. 일본 강점기에 독립운동해 온 사람이니 나중에 정부 중요 직책에 가면 안 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르냐”고 했다. <중앙일보>가 이니셜 처리한 A검사장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한동훈 검사장을 언급한 것으로 본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는 각별한 관계 이상이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감찰을 방해한 것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둘의 관계를 판결문에 자세히 적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대선자금 수사팀, 2006년 대검 중수부 현대차 수사팀, 2016년 국정농단 박영수 특별검사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검사, 2019년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함께 근무한 경력을 거론하며 “윤석열 사단” “대표적 윤석열 라인”이라는 평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직연 등 지속적 친분 관계로 인해 일반인 관점에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수 있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 역시 자신과 관련한 정치권 발언 등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반박 입장문을 내며 여권과 각을 세우는 등 사실상 정치 행보를 해왔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한 검사장이 여러 차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이에 한 검사장은 “20년 동안 윤 총장과 공적, 사적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윤 총장과 연락이 안 될 때 배우자를 통해 윤 총장과 연락한 것이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가 ‘한동훈 서울중앙지검장’ 가능성을 언급하자, 직전 검찰총이 당선도 되기 전 부터 측근 챙기기를 통한 보복수사, 검찰조직 편가르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도권 한 검찰 간부는 “한동훈 검사장이 유능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대통령 후보가 벌써부터 ‘네 편 내 편’ 가르기로 측근을 챙기려는 듯한 모습은 부적절해 보인다. 외부에서 보기에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미리 내정해 둔 인사라는 인상을 풍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한 검사장이 현 정권에서 좌천 당했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 주요 보직에 앉아야한다는 것은 빈약한 논리다. 인사는 플러스, 마이너스가 아니다. 인사 당시 그 자리에 가장 적절한 사람이 중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검찰처럼 인사 피바람이 불거라는 얘기다. 완전히 내편 네편 가르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구체적 사안은 말하지 않은 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를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는 검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윤 후보가 검찰에 수사가이드 라인을 던지며 ‘준비’를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결국 집권하기 전부터 나한테 칼 쥐어주면 칼부림하겠다는 얘기 밖에 더 되느냐”고 했다. 윤 후보가 “적접 절차, 시스템에 따른 수사”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적법 절차를 따르더라도 저렇게 대놓고 적폐라고 규정하고 처벌을 얘기하면 수사가이드 라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사도 하기 전에 이미 불법이라 규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윤 후보야 말로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이 ‘우리는 정치적 집단’이라고 자인한 셈”이라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여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윤 후보) 본인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수사의 도구가 됐었다. 국민들은 정치보복 행태가 반복되는 것으로 보는데, 본인은 법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검찰총장 윤석열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수사와 관련해서는 늘 검찰이 옳다는 검찰 무오류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후보라면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실행하는 도구로 검사를 활용하는 상황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도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런 얘기가 나올까봐 검찰총장 끝나고 곧바로 대선 출마하는 것에 우려가 나온 것이다. 직전 검찰총장이 ‘정치권에서 검찰 이용했다’고 말하면 어느 국민이 검찰을 믿겠나. 그럼 검찰총장 시절 자신이 수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과거 검찰의 이중잣대는 인정하지 않은 채, 윤 후보 본인이 스스로 정의를 판별하고 선별하는 사람이라는 오만함이 느껴졌다. 과거사 반성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검찰의 과오는 잊은 채, (윤 후보가 이끌었던) 검찰이 잘했다고만 주장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반면 서울지역 또 다른 부장검사는 “윤 후보의 여러 발언은 대선 후보로서 할 수 있는 정치적 발언이다. 검찰 내부에서 평가할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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