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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12년 만에 이뤄진 첫 출전 꿈…"루지도 죽게 둘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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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 조지아 선수로 첫 올림픽 출전…밴쿠버 대회서 죽은 노다르의 사촌동생

연합뉴스

질주하는 사바 쿠마리타시빌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감정적이었고 긴장됐지만,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12년 전 올림픽에서 끔찍한 사고로 사촌형을 잃은 조지아 루지 선수 사바 쿠마리타시빌리는 6일 자신의 첫 올림픽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인승 경기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사바의 사촌형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는 올림픽 사상 가장 끔찍한 사망 사고로 숨졌다.

노다르는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연습 주행을 하다가 트랙을 벗어나 기둥에 부딪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2년 뒤 사바가 사고 당시 노다르와 같은 스물한 살의 나이에 올림픽 트랙에 올랐다.

참가 선수 34명 중 31위에 그쳤지만, 조지아 루지 사상 첫 올림픽 출전 선수로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디뎠다.

경기 뒤 사바는 "정말 행복하다.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적이고 긴장됐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난 정말 올림픽 트랙을 달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쿠마리타시빌리 가문은 루지에 '미친' 집안이다.

사바의 증조할아버지는 루지 불모지나 다름없던 조지아에서 최초로 루지 트랙을 설계하고 조지아 루지 연맹을 설립한 인물이다.

이후에도 쿠마리타시빌리 가문은 대를 이어 조지아 루지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연합뉴스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바 쿠마리타시빌리
[로이터=연합뉴스]


12년 전 노다르의 죽음으로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이 깨졌을 때도 이 집안의 루지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바는 "내가 노다르 형의 뒤를 이어 루지에 도전하는 것을 아버지는 막지 않으셨다"면서 "오히려 집안 어르신들은 내가 루지에 도전하기를 나보다 더 바라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열 살 정도 터울인 노다르 형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면서 "조지아 루지도 형과 함께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노다르 형을 떠올리며 루지를 탔다"고 돌이켰다.

노다르의 사고는 루지인들의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

사바가 이번 대회 썰매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 왔을 때, 많은 선수가 그를 환영했다고 한다.

밴쿠버 대회 남자 1인승 금메달리스트로 이번 대회에도 출전한 펠릭스 로흐(독일)는 "사바가 이곳에 오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사바의 올림픽 도전은 루지에 큰 사건이며, 스포츠가 뭘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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