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대회서 숨진 루지 선수 노다르 사촌동생 사바, 남자 1인승 출전
경기 뒤 인사하는 사바 쿠마리타시빌리 |
(베이징=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12년 전 불의의 사고로 이루지 못하고 사촌 형의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사촌 동생이 이어받아 옌칭 트랙을 질주한다.
6일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루지 남자 1인승 경기의 마지막 3·4차 시기가 치러진다.
34명의 출전 선수 명단 중에서는 세계 루지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름이 하나 있다.
만 스물한 살의 사바 쿠마리타시빌리(조지아)가 그 주인공이다.
사바는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사고로 숨진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의 사촌 동생이다.
노다르는 밴쿠버 대회 개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연습주행을 하다가 트랙을 벗어나 기둥에 부딪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바의 질주 |
결승선 직전 커브를 돌다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쇠기둥에 부딪히고 말았다.
노다르는 사고가 아니었다만, 올림픽 루지 경기에 출전하는 첫 조지아인이 될 예정이었다.
그 꿈을 사고 당시 아홉 살이었던 사바가 잇는다.
노다르가 숨졌을 때 나이는 지금의 사바와 같은 스물한 살이다.
올림픽 출전은 쿠마리타시빌리 가문 전체의 꿈이기도 하다.
사바의 증조할아버지는 조지아의 첫 루지 트랙을 설계했고, 사바의 아버지는 과거 조지아 루지 연맹의 회장직을 맡았다. 지금은 다른 사촌이 연맹 회장으로 있다.
노다르가 숨진 사고는 루지를 바꿔놨다.
국제루지연맹(FIL)은 경기가 치러진 휘슬러 트랙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지만, 이후 국제대회에서 코스의 안전성에 훨씬 많은 신경을 쓰게 됐다.
12년만에 이룬 조지아 루지 선수 첫 올림픽 출전의 꿈 |
또 일정 수준 이상의 대회를 소화하고, 월드컵에서 포인트를 따야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지는 등 올림픽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사바는 12년 전 노다르가 도전했을 때보다 더 치열해진 경쟁을 이겨내고 올림픽 트랙을 달릴 자격을 거머쥐었다.
동계올림픽 데뷔에 나선 사바는 전날 열린 1·2차 시기 31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사바가 무사히 대회를 마치는 것은 순위표의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밴쿠버 대회 사고 당시 선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FIL 사무총장인 크리스토프 슈바이거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사바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노다르에게 경의를 표하며 대회를 마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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