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무대 꿈꾼 딸의 몫까지 최선 다해 달라"
"우리 딸 몫까지 최선 다해 주세요" |
(칠곡=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 "올림픽 무대를 꿈꿨으나 고인이 된 딸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팀 내 지도자와 선배 선수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고(故)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58) 씨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단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6일 칠곡군에 따르면 최씨는 전날 군청을 찾아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판을 들고 파이팅을 외쳤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인 최 선수는 감독 등 우월한 지위에 있는 팀 구성원들에게서 수년에 걸쳐 폭언, 폭행, 가혹행위를 당하다 2020년 6월 22세 나이로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감독과 주장에게 각각 징역 7년,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아버지 최씨는 동계올림픽 개막에 즈음해 선수로서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생을 마친 딸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딸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숙현이 꿈을 대신 이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딸을 잃은 고통을 어려운 이웃돕기, 체육선수 인권운동으로 승화해 나가고 있다.
칠곡에서 과수 농사를 하는 최씨는 2012년부터 설과 추석 등 명절이면 군청 주민생활지원과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100여 가구에 사과를 기부해왔다.
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기부를 중단하지 않았고 지난해부터 칠곡군에서 시행하는 에티오피아 후원사업에 동참해 매달 일정액을 기탁한다.
그는 에티오피아 후원사업에 본인만이 아니라 지인 10여 명 동참을 이끌어 내는 등 '나눔 전도사' 역할도 했다.
앞으로 딸 이름을 따서 '최숙현 재단'을 설립해 체육계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 선수를 도울 계획이다.
최 씨는 "올림픽 무대를 위해 선수들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우리 국민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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