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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사법농단’ 임종헌 재판부 모두 교체…‘처음부터 다시 재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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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기인사, 3년 넘게 진행한 판사 3명 이동

‘감봉 6개월’ 신광렬 부장판사는 사직 징계 면해


한겨레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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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심리해 온 재판부 전원이 다른 법원으로 이동한다. 재판부 교체를 이유로 전임 재판부가 진행한 증언 청취를 7개월 가까이 다시 반복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기밀 누출 의혹으로 감봉 징계를 받은 신광렬(57)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복을 벗는다.

대법원은 4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2018년 12월부터 3년 넘게 ‘사법농단 1호 기소 사건’인 임종헌 전 차장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는 재판부 3인 모두 다른 법원으로 옮긴다. 윤종섭(52·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가 서울서부지법으로 이동하고, 주심을 맡은 송인석(34·43기) 판사는 대전지법·대전가정법원 공주지원으로 옮긴다. 우배석 김용신(44·36기) 판사는 광주지법 부장판사로 전입한다.

법조계에서는 윤 부장판사 등이 이례적으로 장시간 서울중앙지법에 있었던 점을 고려해 이번 인사에서 재판부 구성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2016년 2월 정기인사로 서울중앙지법으로 온 윤 부장판사는 지난해 정기인사에서도 유임되는 등 6년 동안 이 법원에서 근무했다. 주심인 송 판사도 2017년 4월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해 5년째 같은 재판부에 있었다.

임 전 차장 재판부 구성이 바뀌는 탓에 자칫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처럼 한동안 ‘녹취 재생’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은 지난해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새 재판부가 꾸려지면서 공판갱신절차를 진행했는데, 피고인들 요구로 전임 재판부에서 진행한 주요 증인 4명의 진술 녹음파일을 장장 7개월에 걸쳐 법정에서 다시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공판절차를 갱신할 때 재판장은 갱신 전 공판기일에서 조사된 증거를 다시 증거조사 해야 한다’는 대법원 형사소송규칙 144조에 따른 ‘원칙’이지만, 검사나 피고인이 동의하면 그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어 대부분 재판은 간소화 절차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 등의 녹음파일 재생 요구는 전직 대법원장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임종헌 전 차장 또한 ‘원칙대로 해달라’는 요청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 경우 2018년 12월부터 진행 중인 이 사건 1심 선고가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신광렬(57·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의원면직(본인이 원해서 그만두는 것)한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신 부장판사에 대해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며 지난달 말 감봉 6개월 징계를 의결했는데, 이번 인사에서 옷을 벗으면서 감봉 징계를 피하게 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징계 절차가 종료돼 의원면직 제한 사유가 없다”고 했다.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징계 심사 중일 때엔 사직이 불가능하지만, 징계 절차가 종료되고 집행이 남은 상태에서는 사직에 대해 별다른 제재가 없다.

한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시세조종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재판장 유영근(53·27기) 부장판사가 의정부지법으로 이동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비리 의혹 사건을 심리했던 김미리(53·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서울북부지법으로 옮긴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재판장인 최한돈(57·28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학원 및 대형마트 방역패스 효력 집행정지 사건에서 각각 효력정지를 결정한 이종환(47·30기)·한원교(47·31기)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도 사직서를 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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