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인 2월1일은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 1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침묵파업을 벌이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군부는 침묵파업에 동참하면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반테러법을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1년간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과 시민들의 저항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미얀마 군부는 반군을 색출하겠다며 대규모 공습까지 벌였지만 국제사회의 개입은 미비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육군 최고사령관이 지난해 6월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9차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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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는 지난해 2월1일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쿠데타를 일으킨 지 몇시간 만에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한 군부는 민 아웅 흘라잉 육군 최고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음을 밝혔다.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킨 당일 미얀마 민주진영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고문을 수출입법 위반, 방역수칙 위반 등 10여개 범죄 혐의로 잇따라 기소하며 가택연금 시켰다. 군정이 통치하고 있는 법원은 지난 12월 그를 선동 및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위반한 죄로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사면 차원에서 그에게 선고한 형량을 2년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10일 두 번째 법원 판결에서 4년형을 추가로 선고하며 수지 고문의 징역형은 총 6년으로 늘어났다. 지난 14일 수지 고문에 대해 새로운 부패 혐의 다섯 개가 추가로 발표됨에 따라 그는 최대 164년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15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들이 중앙은행 건물 앞에서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표시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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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들은 군정에 저항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쿠데타 직후엔 의료진이나 교사들이 파업을 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CDM)’을 펼치거나 집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등 항의 표시를 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쿠데타 이후 첫 주말인 2월7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는 10만명이 쏟아져 나와 비폭력 평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뜻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군부가 시위 탄압에 나서자 지난해 5월 시민방위군(PDF)을 조직한 이들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대하며 무장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 동안 이들의 공격으로 미얀마군 2380명이 사망하고 60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들불처럼 일어난 시민들의 저항에 군부는 유혈탄압으로 맞섰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경에 살해당한 이들은 1500명에 달하고 체포된 이들은 1만1500명이 넘는다. 군부의 진압 수위는 갈수록 높아져 시위대 소속이 아닌 민간인들까지 희생됐다. 군부가 반군 시위대를 색출하며 대규모 공습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해 12월 기준 쿠데타 이후 인접국인 태국으로 건너가 체류중인 피란민이 25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군부의 총칼은 이들을 종종 겨누기도 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엔 미얀마 동부 카야주에서 군부가 민간인 30여명을 총살한 뒤 불태운 시신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캄보디아 국영TV(TVK)가 제공한 사진.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지난 7일(현지시간) 만찬시간에 악수를 나누고 있다. 훈센 총리는 지난 7~8일 이틀간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와의 회동을 마쳤다. |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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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유엔이나 아세안 등이 미얀마 사태 개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국제사회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미얀마 사태에 ‘내정불간섭’ 원칙을 고수해온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쿠데타 군부를 지지해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이들이 미얀마 군부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 등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결국 군정 제재안은 안보리를 통과하지 못했다. ‘쿠데타’란 표현조차 빠진 ‘군부의 폭력에 반대한다’는 안보리의 추상적인 성명은 실효성이 없어 선언적인 행위에 그치고 말았다.
아세안 역시 미얀마 사태 대응에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아세안은 지난해 4월 특별정상회의에서 쿠데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합의한 ‘즉각적 폭력 중단’ 등 5개의 합의사항을 군정이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흘라잉 사령관의 10월 정상회의 참석을 불허했다. 하지만 차기 의장국인 캄보디아는 미얀마의 참석을 공언하며 군정의 손을 잡았다. 이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미얀마 사태 초기부터 강경 대응을 고수해온 아세안의 행보에 분열이 생겨난 것이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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