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동부 국경 지대 벙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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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물론 러시아의 안보 요구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답변서를 전달하는 등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타협이 실패하고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지, 침공시 미국과 유럽은 어떻게 대응할지를 살펴봤다.
■전면전보다는 국지적 충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당장 전면전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드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26일 “러시아 군이 대규모 공세를 펼치기 위한 군사적 지표와 시스템이 부족해 당장 전면전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지 코르순스키 주일본 우크라이나 대사는 전날 “국지적인 충돌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 국방장관 안드리 자고르드니우크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국방전략센터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국경에 배치한 병력이 대규모 공격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5일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전면전보다는 소규모 변칙 전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컨대 친러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반군이 발전소를 점거할 수도 있다.
분리주의자들이 점령한 지역의 암모니아 공장 상공에 가스를 뿌려 치명적인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러시아는 동부 지역 분리주의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가스 유출로 위험에 처한 자국 시민권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지역 공장 지대에 가스통을 옮겨놓았다.
공작원들을 우크라이나군으로 위장시켜 동부 지역 러시아계 주민들을 공격한 다음 이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군을 투입하는 ‘위장 깃발 작전’을 쓸 수도 있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위장 깃발 작전’을 수행할 공작원들을 배치했음을 시사하는 정보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달 들어 러시아는 친러 반군에 탱크, 자주포, 연료 등을 추가로 공급했다.
■직접 개입 대신 군사물자 지원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자국 군대가 러시아군과 직접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 본토 병력 8500명에게 유사시 나토 대응군으로 동유럽으로 파병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는 나토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군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배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역시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받아도 자동 개입할 근거는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상태다. 나토 군을 우크라이나로 진군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은 지난 2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나토 동맹국 보호를 위해 군을 파병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 무기 공급이 맞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영국이 직접 전투 부대를 보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과 나토는 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늘리고 있다. 지난 27일 미 공군 제48전투비행단 소속 F-15 전투기 6대가 에스토니아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지난 25일에는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 미사일과 발사대 등을 포함한 총 80톤의 군수물자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1일과 23일에도 군사장비와 탄약 등을 전달했다. 나토는 동유럽 내 전력 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4일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군 총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할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 게릴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아프간 무자헤딘 게릴라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소련과 싸울 때 미국이 아프간에 지원한 규모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전 지역에서 25개 향토방위 여단을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약 13만명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향토방위 여단을 활용해 정규군을 지원하고 게릴라전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강력한 경제 제재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은 스베르방크, VTB, 가즈프롬방크, VEB, 로셀코즈방크 등 러시아 국영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차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은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우주항공 등 러시아의 핵심 산업 분야에 대해 중국 기업 화웨이에 적용했던 것과 비슷한 수출 규제를 가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수출 규제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의 수출을 금지하고 나아가 제3국에서 미국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의 러시아 수출도 금지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다. 미국산 반도체 제조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고려하면 러시아 경제에 광범위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도 하이테크 제품 등의 러시아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레닌그라드 공격 78주년을 맞아 당시 희생자들이 묻힌 공동묘지에 헌화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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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에 더해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당사국들의 단합된 대응이 핵심인데 미국과 유럽, 유럽 내 국가들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EU의 3대 수입국일 뿐만 아니라 유럽 가스 수요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해 보복에 나설 경우 유럽은 가스 공급 감축 등으로 인해 미국보다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EU의 중심축인 독일은 탈핵과 탈화석연료 정책을 추구하면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50%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 때문에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러시아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나토 방어 전선의 약한 고리”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서방 국가들의 제재 효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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