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화 공연장협회장 주도…'코로나에 신음' 신인 밴드들 적극 참여
"K팝 근간 지켜야…인디 무너지면 대중음악도 무너져"
비어있는 무대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인디라는 건 특정한 장르가 아니에요. 인디를 통해 새로운 그룹, 음악이 탄생하고 주류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일종의 생태계입니다."
한국공연장협회 이용화(45) 회장은 최근 모두가 '말리는' 공연을 기획하며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그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준비한 공연은 방역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릴레이 록(rock) 기부 콘서트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연장 '라디오가가'를 운영하는 그가 장소를 제공하고 아디오스오디오, 펜텐, 애니멀다이버스, 오칠, 포세컨즈, 구스다운, 무릉도원, 더 구스!, 소년과요정, 더 글라스, 이븐이프 등 인디 새내기들이 돌아가며 무대에 섰다.
이른바 '네임드'(named·이름 난) 뮤지션은 출연하지 않는 콘서트. 지난 12∼16일 열린 공연의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고 한다.
이 회장은 3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흥행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번 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더 하면서 우리만의 '페스티벌'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제 첫발을 뗀 신인 뮤지션에게 코로나19는 정말 가혹했다.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서 설 자리를 잃었고 '음악 말고 배달 알바나 하겠다'며 음악을 그만둔 친구도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인디 내에서도 두 분류로 나뉘었다. 그나마 이름이 있는 뮤지션은 온라인 공연이나 유튜브를 하면서 수익을 더 냈지만 신인들은 그렇지 못했고 생활고로 자살한 친구도 있다"며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바람처럼 이번 공연에 참여한 밴드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연을 알리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티켓 판매 수익금을 의료진에게 기부한다는 공연 취지에 공감하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는 말을 이 회장에게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한국공연장협회 이용화 회장 |
이 회장은 "신인 뮤지션의 자긍심과 보람을 고취하는 것은 그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끈'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인디 문화야말로 K팝으로 대변되는 한국 대중음악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적으로 집계한 수익금은 약 300만원. 당초 목표로 했던 850만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예매를 해두고도 공연에 오지 않은 사람만 해도 전체 관객석의 10% 정도였다고 한다.
이 회장은 티켓 수수료와 부대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에 사비를 더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에 전달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공연장 업계가 타격을 입은 것도 벌써 3년째, 아쉬운 점도 많다고 그는 토로했다.
이 회장은 "공연장을 운영하는 모든 대표들도 소상공인인데 방역 지침이 2∼3주꼴로 바뀌다 보니 대응하는 게 쉽지 않다"며 "방역 패스 등을 확인하려면 사람도 더 구해야 하는데 잦은 변경에 많이들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장은 보통 지자체 문화예술과에서 담당하는데 라이브 클럽은 일반 음식점으로 분류돼 보건위생과에서 맡는 경우가 있다. 세부 지침도 다르고 관리 주체도 다른데 이를 컨트롤할 체계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디 문화를 지키기 위한 공연장들의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공연장 가동률이 30%까지 올랐는데 다시 10% 미만, 0%대로 떨어지고 있다"며 "인디가 무너지면 한국 대중음악도 무너지는 만큼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계속 코로나 탓만 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관객과 뮤지션이 직접 만나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건 역시 라이브 공연뿐이에요. 그걸 지키는 게 중요하고요."
공연장에서도 마스크 필수 |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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