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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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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 안된다…KLPGA 문호 개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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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역대급 US여자오픈 한국(계)인 우승자 왼쪽부터 1998년 박세리, 2005년 김주연, 2008년 박인비, 2009지은희, 2011유소연, 2012 최나연, 2013 박인비, 2014 미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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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SBS 골프해설위원은 1997년 한국스포츠TV에서 골프 중계를 시작해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정상에 서는 경기를 해설하며 느낀 감격을 계기로 ‘천직’을 발견했다고 한다. “새벽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를 중계하고 낮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하는 식이었지만 한국 선수들 활약을 전하는 보람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자신도 ‘세리 키즈’라고 하는 이유다. 김 위원은 이후 SBS에서 25년간 골프 중계를 하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박인비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았고 지난해에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노메달에 그치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았다. 그는 이후 미국과 한국의 골프 대회를 1000라운드 이상 생중계했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 경영학을 전공하고도 골프의 매력에 빠져 미국 켄터기주에서 골프장 헤드 프로를 하며 유명 티칭 프로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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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은 1997년 한국스포츠TV에서 골프 중계를 시작해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정상에 서는 경기를 해설했다. 이후 SBS에서 활동하며 KLPGA와 LPGA,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등을 중계했다. /김재열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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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환점 위에 선 한국여자골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 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골프는 일단 파워시대가 막을 올렸다. 길게 치는 선수도 정교함과 기술을 장착했기 때문에 정교함만을 추구하는 골프는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 최근 2년간 두각을 나타낸 미국의 넬리 코르다,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킷, 필리핀의 유카 사소 등 20대 초반 외국 선수들은 모두 이 같은 파워 시대를 대표하는 골퍼들이다. 태국을 비롯해 아시아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연습량과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결과 집중력 있게 훈련하고 승부에 모든 걸 걸던 한국 선수들의 장점도 갖고 있다. 반면 국내투어가 발전하면서 한국선수들은 예전과 같은 도전정신이 없어졌다. 헝그리정신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도 국내 투어에서 안전하게 점수를 올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코스세팅도 메이저대회를 제외하면 변별력이 없다. 쉬운 코스 세팅에 쉬운 홀에 핀 위치도 쉽다. 선수들의 기량향상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진영은 LPGA투어에서 3년 연속 상금왕과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그는 “고 진영 프로의 가장 큰 장점은 정신력과 집중력이다. 경기중 몰입의 경지를 뜻하는 ‘존(zone)’의 상태, 즉 무아지경 상태에 자신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전성기 시절 안니카 소렌스탐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그리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50~260야드로 장타는 아니지만,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아이언 샷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KLPGA투어는 박세리의 맨발 투혼과 박인비의 올림픽 우승 등 미국과 세계무대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있다. 앞으로 해외 대회 성적과 관계없이 국내 여자골프 인기가 유지될 수 있을까?

김재열 위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각 방송국에서 골프 예능 프로를 만드는 등 골프 붐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업 홍보팀에서도 골프를 통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골프에 대한 사회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 투어인기는 유지될 것 같다. 하지만 한국 여자골프가 다음 파리 올림픽에서도 성적을 못 내는 등 몇 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KLPGA투어가 버디를 자주 보여주는 코스 세팅이 아니라 잘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는 코스 세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선수들 경기 속도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느린 것에 대해서도 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KLPGA투어의 세계화가 현재 한국 여자골프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의 말이다.

“US여자오픈이 상금 1000만 달러 시대를 연 것처럼 앞으로 세계여자골프는 예전보다 빠르게 규모가 증가할 것이다. PGA투어가 유러피언투어와 같이 ‘세계화를 추구하듯이 KLPGA도 문을 활짝 열어서 세계화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서로 시너지효과로 주니어교류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이 보일 것이다.”

미국 유학은 좋은 골프 환경에서 골프 실력을 기르고 영어 및 일정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 위원은 “미국과 유럽, 태국 등 다양한 선수들이 점점 더 미국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한국 선수들은 골프 실력이 충분한 만큼 미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기본 학습능력을 갖춘다면 장학생으로 세계무대에 대한 적응력을 기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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