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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찾아드리는데 최선”…전국 구조대원들 광주서 18일째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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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찾아드리는데 최선”…전국 구조대원들 광주서 18일째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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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과 구조견이 무너진 건물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과 구조견이 무너진 건물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가족들이 얼마나 애가 타겠어요. 실종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18일째인 28일.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 김성환씨는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8년차 119특수구조대원인 김씨는 지난 13일 충주에서 광주의 사고현장으로 달려왔다. 그와 구조견 ‘소백’은 지난 25일 아파트 27층에서 건물 잔해에 매몰돼 있는 실종자 1명과 지난 14일 지하층에서 숨진 채 발견된 노동자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씨는 구조견 체력 등을 고려해 나흘에 한 번 정도 사람 체취가 사라진 새벽에 1~2시간씩 수색을 진행한다. 처참한 구조 현장에서 구조견과 함께 벌써 2주 넘게 콘크리트 더미를 헤집고 있다. 실종자를 찾은 27층 안방은 붕괴 때문에 출입구가 막혀 있었는데, 소백이가 벽쪽을 향해 크게 짖자 대원들은 석고벽을 뚫고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는 “소백이가 이상반응을 보이자 직감적으로 거기에 실종자가 있을 것 같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구조견은 설 연휴에도 현장을 지킨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해서 힘이 들더라도 한 발 더 현장에 들어가 보려 한다”면서 “한곳이라도 허투로 보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소방청 제공.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소방청 제공.


지난 11일 오후 신축 중이던 39층 아파트가 23층까지 무너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화정 아이파크 사고현장에서는 김씨처럼 전국에서 달려온 구조대원들이 18일째 건물 잔해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119구조본부를 비롯해 인천과 대구, 대전, 울산, 전남 순천 등 전국 소방서의 베테랑 구조대원 600여명이 광주 현장으로 달려왔다. 해외 대형재난 현장 파견경험이 있는 전문 구조대원 14명도 합류했다.


사고 현장은 건축·구조 전문가들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고난도의 수색·구조 기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을 정도다. 고충건물 상층부 16개 층이 연쇄적으로 붕괴해 불안정한 건물은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기우뚱 거린다. 23층 이상 상층부에 시루떡처럼 쌓인 잔해물을 자칫 잘못 제거했다가는 추가 붕괴 위험도 있다.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구조대원들은 이런 건물에 2교대로 진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1개조에 20∼30명으로 짜인 구조대는 10㎏에 달하는 장비를 짊어지고 아파트 27~29층까지 올라가고 있다. 붕괴 우려로 중장비를 사용하지 못해 삽으로 잔해물을 파내고 맨손으로 엉킨 철근을 잘라낸다.

이들의 노력으로 이번주 들어 27층과 28층에서 실종된 노동자 2명이 발견됐다. 대원들은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된 이들을 구조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내시경카메라와 여진탐지기, 음향탐지기, 열화상카메라 등 각종 첨단장비도 총동원됐다.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소방청 제공.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소방청 제공.


구조대는 설 연휴에도 수색·구조작업을 이어간다. 현장지휘본부 관계자는 “콘크리트 덩이를 직접 파내는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구조대원들이 점점 지치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들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가 하루빨리 수습되길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구조대원들의 안전도 기원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 안모씨는 “열악한 상황에서 고생하시는 구조대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구조본부를 신뢰하고 있다. 작업 도중 희생되는 분들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에게 전달한 간식. 광주 서구 제공.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에게 전달한 간식. 광주 서구 제공.


구조대를 향한 시민들의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손편지와 함께 간식 상자를 보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의 모임인 오월 어머니회도 구조대원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광주 서구 사고수습본부는 “시민들과 식당, 기업 등에서 현장 구조대원들을 위해 각종 물품을 기부하고 있다. 어러울때 연대하며 함께했던 ‘광주정신’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강현석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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