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화·언어 잘 배웠으면 좋겠다" 소망 밝혀
'떡국 어색하지만 맛있어요' |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떡국 맛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탈레반 집권을 피해 국내에 입국한 뒤 인천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처음 맞이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26일 떡국 만들기를 체험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A(29·여)씨와 B(23·여)씨는 이날 A씨의 거주지인 인천 미추홀구 거주지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설맞이 떡국 만들기' 행사에서 생애 첫 떡국을 만들었다.
이들은 모국 관습에 따라 할랄 음식(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된 식용육 요리)만 먹을 수 있어 떡국 육수를 고기 대신 멸치와 다시마로만 우려냈다.
이어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이하 인천적십자) 관계자들에게 배운 대로 물에 불려놓은 떡을 넣고 끓인 뒤 계란 지단과 김가루 등 고명을 올렸다. 식탁에는 호박전·잡채·시금치나물·송편 등 다른 설 음식들로 푸짐한 '한상차림'이 완성됐다.
A씨와 B씨는 각 음식을 맛본 뒤 손가락으로 각 음식을 일일이 가리키며 "맛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 만든 떡국을 맛보고 나서는 "(떡을 먹어본 적이 없어) 어색하지만 맛있는 음식"이라며 인천적십자 관계자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새해 인사를 했다.
떡국에 고명 올리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 |
이들 가족은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있을 때 국내 업체 등에 소속돼 근무하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국내 업체·기관을 도왔다. 이에 따라 특별기여자로 선정돼 지난해 8월 국내로 입국했다.
충북 진천과 전남 여수 등에서 직업훈련과 언어·문화 교육을 받은 뒤 지난 7일 인천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정착했다.
A씨와 B씨의 남편인 C씨와 D씨는 모두 법무부 등의 도움을 받아 남동공단의 한 업체에 취업했다. A씨는 4세와 8세 형제를, B씨는 1세 딸을 키우며 국내 생활을 배우고 있다. B씨의 딸은 우리나라에서 출생했다.
인천적십자는 이들 가족을 포함한 인천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14가구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A씨와 B씨는 "국내 문화와 언어를 잘 배웠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주간에는 은행 업무, 병원 가기, 마트 장보기 등 일상생활을 배우고 있으며 야간에는 독학으로 한글을 터득하고 있다.
A씨는 "아프가니스탄에도 설날이 있다. 쌀·닭·금치 등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며 "처음 맞이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설레지만, 모국에 남겨진 가족이 아주 힘든 상태여서 걱정된다"고 심경을 전했다.
인천적십자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한국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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