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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힘을 통한 평화 구축”…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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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공약 발표

‘선비핵화 후지원’ 비핵화 로드맵으로

현 정부 대북 정책과 차별화 나섰지만

‘선제타격’ 주장하며 ‘전작권’ 언급없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실패와 유사” 지적


한겨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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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말로 외치는 평화가 아닌,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하겠다”며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역량 강화 의지와 함께 ‘선비핵화 후지원’을 뼈대로 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24일 발표했다.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처를 내걸며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병행 추진’을 강조해온 현 정부의 대북 정책과 차별화에 나섰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패한 외교·안보 정책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핵·번영의 한반도 실현 △한미동맹 재건과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경제·안보·외교 적극화 △인공지능(AI) 과학기술 강군 육성 △북핵·미사일 대응체계 구축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실현을 뼈대로 하는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했다.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핵·미사일 대응 역량 강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우선 윤 후보는 “지난 5년간 무너져 내린 한미 동맹을 재건하겠다”고 했다.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라는 강력한 수사를 이용해 한미 동맹 강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공약의 실제 내용과 기조는 큰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으로 정리해 밝힌 동맹 미래 비전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프론티어분야(신기술, 글로벌 공급망, 우주, 사이버, 원자로 등)의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하겠다는 내용 등이 그렇다. 다만 윤 후보는 “훈련 안 하고 연습 안 하는 군대 봤냐”며 “한미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실질적 가동과 전략자산(전략폭격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전개, 정례적 연습 강화를 통한 한미 확장억제(핵우산)의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면서 2018~2019년 시기 규모가 축소된 한-미 양국 정부의 연합훈련을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윤 후보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4쪽)와 ‘보도참고자료’(27쪽)에서 전작권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공약 발표 뒤 기자들의 질문에 “한미 연합작전에서 작전지휘권을 가지려면 최소한의 정찰자산을 통한 정보의 획득, 어느 정도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답했다. ‘전작권을 가져오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읽힌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전작권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함께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전작권도 없이 무슨 선제타격이냐”며 “윤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 공약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책 일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완전히 실패했다. 민주당 정권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선결 요건인 북한의 비핵화를 도외시한 채 종전을 선언하는데 급급하다”고 비판하며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및 대량응징보복(KMPR) 역량 강화 등 북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강력한 북핵 억제 수단을 강조했지만, 이미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윤 후보는 북한의 완전 비핵화 이전에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으면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으며 “실질적 비핵화 이전에도 대북제재를 완화해 줄 수 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립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패한 정책과 유사하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한 대학교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전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비핵화 진전에 맞춰 경협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마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인 ‘비핵개방 3000’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비핵개방 3000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이루고 개방을 하면 남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주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돕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 진전은 없었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전략물자의 공급망 다변화와 안전망을 구축하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경제안보 외교 방침도 내놨다. 미국과 경제·안보 2+2 회의, 한미일 경제·안보 2+2+2 장관(외교, 경제장관) 회의 추진 등 원천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일본, 유럽국가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다자외교 현장에서 민주적 의사결정 역량을 발휘해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10개국(G10) 반열에 오른 한국의 외교정책의 구상치고는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열강들과의 양자관계에만 기능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경제외교와 신흥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나 일본이 이미 경제외교 담당상 직제를 신설하고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등 주변국 대응에 견줘 거버넌스적 측면이 오히려 약하다”고 평가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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