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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싱어송라이터 오소영 "20년 버틴 '식물성 음악'의 힘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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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데뷔 20주년 맞아…"내게 맞는 속도로 계속 노래할 것"

연합뉴스

싱어송라이터 오소영
[애프터눈레코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누군가 제 음악을 '식물성 음악'이라 하더라고요. '동물성 음악'은 무엇일까 싶어 고민도 하고 비슷한 곡을 만들어볼까 싶었는데 스스로 못 견디겠더라고요."

은은한 기타 선율에 맞춰 부르는 담백한 목소리. 툭 하고 던진 가사 같지만 그 깊이는 꽤 깊다. 싱어송라이터 오소영(48)에게 음악은 곁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이야기였다.

오소영은 22일 연합뉴스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많이 흔들리고 부딪치고 좌충우돌 살아왔는데, 그런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내 음악을 들어주고 좋아해 주는 팬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포크 싱어송라이터인 그가 데뷔한 지 올해로 22년째가 된다.

1994년 제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그는 2001년 첫 솔로 앨범 '기억상실'을 발표했다. 이후 '어 템포'(a tempo), '다정한 위로', '어디로 가나요' 등의 음반을 선보였다.

싱글, 미니 앨범 등이 쏟아지며 음반 발매 주기가 짧아진 요즘, 그는 천천히 음악적 행보를 이어왔다.

오소영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1회 기념 음반에 실린 조규찬의 '무지개'를 우연히 듣고 충격을 받아 '언젠가는 저 대회에 꼭 나가야지' 했는데 운 좋게도 입상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당시 경연대회에는 실력 있는 신예들이 많이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하이브 방시혁 의장도 그해 오소영과 같이 동상을 받았다.

오소영은 "대회가 열리던 시기가 가을이라 그에 맞춰 '가을에는' 곡을 썼다. 가사에 '난 웃고 살 거야 아이처럼'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도 지키고 싶은 삶의 태도이자 음악을 향한 자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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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공연 모습
[애프터눈레코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가 소중히 여긴 이 가사는 지난해 10월 데뷔 20주년을 맞아 열린 콘서트 제목으로도 쓰였다.

곽지웅(드럼), 조용원(베이스), 박혜민(키보드·코러스), 김수환(색소폰·플루트·리코더) 등 실력파 음악인들이 세션으로 참여한 이 공연은 최근 라이브 음반으로도 발매됐다.

오소영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은 정말 행복해서 영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며 "20주년 공연은 만족감을 느낀 정도가 정말 커서 행복했던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음반 발매 이유를 설명했다.

"공연을 시작할 때 관객석을 바라보는데 그날은 평소와 달랐어요. 저를 응원하고 사랑해주는 마음이 가득한 눈망울이 절 바라보고 있었고 그 앞에서 편하게 또, 행복하게 노래할 수 있었어요."

그는 긴 세월 속에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동료, 그리고 팬들 덕분이었다고 했다.

2001년 첫 음반을 내고 2009년 2집을 내기까지 스스로 '암흑기'라 부르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3집을 내기까지는 다시 11년이 걸렸는데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오소영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서툴렀고 실수도 잦았다"며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의 수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활동을 못 했으니 앞으로는 더 부지런하게 음원도 발표하고 공연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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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오소영
[애프터눈레코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소영은 자신의 음악이 가진 장점으로 '솔직함'을 꼽았다.

그는 "스스로는 약점이라 생각할 때도 있지만 나 자신을 잘 포장하지 못하고 언제나 솔직하다"며 "내 음악의 강점은 듣는 사람과 함께 하는 느낌, 즉 공감의 힘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0주년 공연 라이브 2부 앨범과 함께 정규 4집도 준비할 예정이다.

4집은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그의 반려묘 '순둥씨'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이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을 음악으로 풀어낼 생각이다.

"지난 20년을 음악 용어로 설명하면 '라르고'(largo), 느리지만 꾸준했었죠. 앞으로는 '모데라토'(moderato·보통 빠르기), 즉 내게 적당한 속도를 찾아 그 속도를 잃지 않았으면 해요."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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