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은 "EU가 공식적으로 대사관 다시 열었다"며 의미 부여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부 장관 대행.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외교 업무를 일부 재개했다.
21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피터 스타노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통해 카불에 최소 규모의 EU 대표단을 머물게 하기 위한 재건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타노 대변인은 "이 대표단은 구호품 전달과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같은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EU 등 국제사회 대부분은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곧바로 대사관을 철수시켰다.
이후 아직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나라는 없는 상태다.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등 소수 국가만 탈레반 정부 인정과 별개로 카불에 대사관을 운영하는 중이다.
각국은 탈레반이 포용적 정부 구성 등의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며 외교 관계 수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타노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외교 업무 일부 재개가 탈레반 정부 인정과는 관계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프간 수도 카불의 옛 미국대사관 앞에서 경비 중인 탈레반 대원. |
하지만 탈레반은 EU의 이번 조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탈레반 정부 외교부 대변인인 압둘 카하르 발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EU가 공식적으로 대사관을 다시 열었다"며 EU는 카불에 영구적으로 머물며 실질적으로 업무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키 대변인은 이어 EU는 2억2천만유로(약 3천억원)의 인도주의적 지원과는 별개로 교사 급료용 등으로 2억6천800만유로(약 3천6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이를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탈레반은 현재 국제사회의 인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대우를 받아야 본격적인 해외 원조, 송금, 동결된 해외 보유자산 해제 등을 통한 경제난 타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후 물가 상승, 실업 폭증 등으로 인해 경제 질서 붕괴에 직면한 상태에서 폭설,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주민의 고충이 더욱 커졌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간 인구 4천만명 가운데 2천400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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