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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느림의 미학’ 유희관 현역 은퇴… “프로 첫승 LG戰 가장 기억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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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투수 중 역대 최다승 2위

최고구속 130㎞… 통산 101승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

세계일보

두산 유희관이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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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60㎞에 육박하는 광속구가 난무하는 시대에 최고구속이 130㎞를 간신히 넘기는 느린 공으로 KBO리그 통산 101승을 거둔 투수가 있다. 바로 유희관(36)이다. 느린 공 투수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에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날카로운 제구에 타자와 수싸움에 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더는 통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그가 지난 18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유희관은 군 복무를 마친 뒤 데뷔 5년 차이던 2013년에야 첫 10승 투수가 된, 자신의 구속처럼 늦게 떠오른 ‘대기만성’형 투수였다. 하지만 한번 물이 오르자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는 등 통산 101승 69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58의 성적을 내며 두산 투수 중 장호연(109승)에 이어 역대 최다승 2위에 오를 만큼 큰 족적을 남겼다. 다만 지난해 급격한 난조 속에 4승(7패)에 그치면서 내리막길에 접어든 모습이었고, 결국 연봉협상을 벌이던 중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 생각했다”며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했다.

20일 정든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유희관은 잠시 울컥한 모습을 보이며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했고 행복한 선수였구나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자신에게 붙었던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유희관은 “나를 대변하는 말”이라며 자랑스러워하면서 “나도 의문점을 갖고 야구 했고 주변에서도 안 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남들 보이지 않게 노력했고 좋은 팀 만나 편견을 깰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에 대해 유희관은 “다친 니퍼트 대체선수로 나가 프로 첫 승을 거둔 2013년 5월4일 LG전이다. 1승이라는 숫자가 있었기에 101승이 있었다. 또한 2015년 첫 우승 했을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유희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는 “여러 방면으로 제2의 인생을 생각하고 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조언을 듣고 있고 나도 내 다음 인생이 궁금하다. 어떤 모습이건 여러분에게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평소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유희관은 “3개 방송사에서 해설위원을 제안받았다”며 웃었지만 “아직 해설위원이 될지도 모르고 코치가 될지도 모르지만 어떤 자리에서건 열심히 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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