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돈 안 줘서 미투 터지는 것", "안희정 불쌍"
尹 "이미 서면으로 사과, 저나 아내나 같은 생각"
이준석 "사적 대화라 2차 가해 성립 안돼" 엄호
여성계 "피해자 조롱하고, 미투운동 폄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장애인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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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중 성폭력 혐의로 실형을 받고 수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옹호하는 발언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와 여성계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국민의힘은 사적 대화이므로 2차 가해가 아니라고 하는 등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일부 지지층 공략에만 치중한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김씨와 서울의소리 소속 기자가 나눈 통화 녹취록에서 김씨는 '미투 운동'에 대해 "보수들은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야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 등 미투 운동을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씨는 또 "그러니까 미투도, 문재인 정권에서 먼저 터트리면서 그걸 잡자 했잖아. 아니 그걸 뭐 하러 잡자 하냐고"라면서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구만 솔직히.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야"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지사 피해자 김지은씨는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지은씨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됐다"며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의 노력에 장애물이 되지는 말아 달라"며 "한낱 유한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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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에 따르면, 김씨 측은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해 서면 형식으로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도 19일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 방문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되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게 되신 분들께는 송구하고 사과드린다"며 "이미 서면으로 이야기했고 저나 제 아내나 같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지은씨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 표명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씨 발언이 2차 가해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 채널 뉴스토마토의 '노영희의 뉴스인사이다'에 출연해 "후보 배우자가 공개적인 공간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본인의 사견을 피력해 김지은씨에 대해 얘기했다면 2차 가해란 표현이 성립할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사적인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 가지고 2차 가해란 표현은 성립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분리해 보아야 한다"고 김씨를 두둔했다.
여성계에선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여성본부 고문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대신 사과 입장을 표명하며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이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쥴리설'로 인한 여성비하적 인격말살로 후보자 부인 스스로도 오랫동안 고통받아왔었음에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신 김지은님의 고통에 대해서는 막상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 '왜 사과를 하느냐'며 거센 반발이 일자, 이 교수는 결국 고문직을 사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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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 영입됐다가 이달 초 사퇴한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도 "사적인 대화로 치부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며 윤 후보와 김씨를 비판했다.
신 전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사적 대화라 하더라도)언론에서 해당 발언이 송출되었고 피해자가 사과를 요구함에도, 2차 가해가 아니라며 이대로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2차 가해"라며 "김지은씨에게 가해진 폭력은 김건희씨가 받고 있는 폭력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 후보자 아내마저 여성혐오로 피해를 받는 마당에 안희정을 불쌍히 여기는 일이 정당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국민의힘에 거듭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김건희씨는 안 전 지사를 옹호하고, 사건의 사실관계를 왜곡했으며, 피해자를 조롱하고, 미투운동을 폄훼했다"며 "피해자는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지만 2차 가해 발언 당사자 김건희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2차 가해 발언이 담긴 통화록을 방송에 내보낸 MBC에 대해서도 "7시간 넘는 통화 중 이 부분을 선택 보도했다. 방송만으로도 2차 가해 재현일 수 있다는 내부 점검은 없었을까"라며 "MBC 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단체에 '피해자가 직접 생방송에 나와 인터뷰할 수 없나' 문의했다. MBC는 자성도, 내부점검도 없이 피해자를 다시 도마에 올리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녹취록을 MBC에 전달한 서울의소리는 미투 폄훼 발언 부분의 녹음 파일을 유튜브에 게재해 역대 최고 수준의 조회 수를 올리고 있고, 댓글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김건희씨에 대한 여성혐오로 가득하다"며 "더 이상 이런 대선과 정치권의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 약속도, 책임도, 성찰도 없는 정치는 희망이 아니라 해악"이라고 꼬집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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