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론 오폭 현장 살피는 아프간 희생자 유족 |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작년 8월 말 아프간에서 어린이 7명 포함 민간인 10명을 희생시킨 미군 오폭 사고의 현장 동영상이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보자유법'에 따라 미 중부사령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 미군이 드론 2대로 촬영한 당시 현장 동영상을 입수해 1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정보자유법은 정해진 예외 사항이 아니면 미연방 정부가 국민의 요구에 따라 기밀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미군이 민간인 오폭 장면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공습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된 2개의 동영상에는 미군이 작년 8월29일 아프가니스탄의 한 주택가에서 흰색 도요타 자동차를 추적하다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해당 차량을 폭파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2개 중 1개는 열감지 카메라로 찍은 흑백 영상이다. 차량 주변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흐릿한 형체가 보이지만 해상도가 선명하지 않다.
다른 동영상은 비교적 선명한 컬러 동영상이지만, 촬영 각도 때문에 주택가의 담장 내부에 인물은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다.
당시 미군은 이 동영상 정보를 토대로 '흰색 도요타 코롤라' 자동차를 8시간 동안 추적, 운전자가 IS-K(이슬람국가 아프간지부)의 폭탄 테러범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아프간 공습에 쓰인 미군 무인기 MQ-9 '리퍼' |
미군은 특히 이 운전자가 차량에 폭발물로 보이는 물건을 싣는 장면까지 포착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희생자는 국제 시민단체 NEI(국제영양교육)의 아프간 지부 직원 제마리 아흐마디로 밝혀졌다. NEI는 영양실조가 심각한 아프가니스탄에 단백질이 풍부한 콩 제품을 나눠주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당시 폭격으로 아흐마디뿐 아니라, 자녀 등 10명이 몰살당했다. 아흐마디와 함께 사는 형제들과 그 자녀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미군이 폭발물로 오인한 물체는 평범한 노트북 컴퓨터와 물통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군이 실시간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수준의 흐릿한 영상만으로 생사의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희생자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이자 미국 인권변호사인 히나 샴시 변호사는 "무고한 시민 10명이 희생됐다. 고통스럽고 처참하다"고 말했다.
빌 어번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당시 희생자 중에는 IS와 연관됐거나, 우리 군의 위협인 인물이 아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오폭을 인정하고 "미군의 공격으로 희생된 분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한편, 미군은 당시 오폭 사고 피해 유가족들에게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원하는 경우 미국 내 정착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오폭에 직접 관여한 군인 등은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