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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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장은 만만치않습니다. 바야흐로 개인 투자자들이 공부를 해야할 시기가 왔습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선진국의 통화긴축, 글로벌 공급난, 미중 외교 갈등으로 올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새해들어 코스피는 2% 이상 빠지는 등 힘을 못 쓰고 있고 2900선 밑으로 밀려났다.
정 대표는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이 공부와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올해 2분기 이후 새로운 버전의 앱(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디지털 혁신을 이어가고 동시에 글로벌 IB(투자은행) 도약을 위해 해외사업을 확장해 더욱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한국투자증권을 순이익 1조원 클럽에 올려놓은데 이어 올해도 성장가도를 달리겠다는 포부다.
정 대표는 올해 글로벌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선진국 통화긴축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 외교 갈등 등을 꼽았다.
그는 "올해부터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통화긴축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자본시장 흐름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 등 서구권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제어를 목적으로 빠른 긴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자본시장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또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같은 변이가 나타나면서 과거와 같은 원활한 공급 체계가 형성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는 미국 중간선거, 중국 공산당 대회 등 미국과 중국의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올해 코스피는 2800~3400선에서 등락하고 상반기 횡보, 하반기 반등하는 궤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에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에 투자심리가 억눌리고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와 새정부의 정책 상승동력이 반영돼 지수가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주목해야할 업종으로는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플랫폼 등을 꼽았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금리가 결합된 환경에서는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업종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그는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격을 전가할 수 있는 산업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2차전지, 플랫폼 등 기존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나타날 것"이라며 "상반기 조정으로 가격 부담이 낮아진 가운데 각국 정부와 기업의 투자로 성장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된 메타버스 투자 열풍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구했고 그 과정에서 비대면 활동의 효율성과 필요성이 부각됐다"며 "이미 전방위로 확산 및 보급된 재택근무, 기업들의 온라인 비대면 채용 등 주요 사회 활동 상당부분이 향후 메타버스와 결합될 수 있어 메타버스는 향후에도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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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시장이 변동성을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은 확실한 투자철학과 원칙을 세우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투자 원칙의 기반은 기업의 펀더멘털 분석"이라며 "투자 대상에 대한 확실한 공부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투자들에게 얼마나 유익한 정보를 주고 접근성을 더 높여주는지, 얼마나 좋은 플랫폼을 제공하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2분기쯤 새로운 버전의 앱을 출시하고 디지털 플랫폼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디지털플랫폼본부'를 개인고객그룹 산하로 이동 편제하고 본부 내 '해외MTS(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개발담당'을 새로 만들었다. 또 앞서 해외주식 금액 단위 소수점 매매 앱 '미니스탁'을 출시하고 업계 최초 온라인 금융상품권 도입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디지털 플랫폼 인력을 보충하는 등 관련 분야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이 현업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든 만큼 소액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 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여전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2분기 부실 사모펀드 고객 투자금을 100% 보상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했다. 고개 신뢰회복을 위해 지난해 리스크관리본부 산하 사후관리 전담 부서인 '투자관리부'를 신설했다.
정 대표는 "고객 투자금을 보상하고 사후관리 부서를 만들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했다면 이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개인 투자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시장의 공정성, 투자자 보호 등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적으로 효율성을 따지기 보다는 개인투자자들을 생각하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감수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실적을 이끌었던 IB 부문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발을 넓힐 계획이다. 지난해 IPO(기업공개)·유상증자·회사채 등 IB 부문 수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순이익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6.2% 증가한 1조2043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뉴욕IB 법인을 신설해 현지 라이선스를 획득했고 외화채권의 성공적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해외 현지법인 증자에 활용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력을 확보했다"며 "올해는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해외에서 IB업무를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시장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다변화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리스크관리 강화 등에 선제적 대응을 지속해왔다"며 "이러한 준비가 어려운 시장 환경 하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담=박재범 증권부장 swallow@mt.co.kr, 정리=김근희 기자 keun7@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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