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해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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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14일 법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일부 방송을 허용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도 통화녹음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방송의 ‘파괴력’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취재윤리를 위반하고 불순한 정치공작의 의도를 가진 불법 녹취 파일을 방송한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선거 개입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불법 녹취 파일을 일부라도 방송을 허용하는 결정이 나온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방송>의) 방송 내용에 따라 법적 조처를 포함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선대위 쇄신 뒤 윤 후보 지지율이 겨우 정상 궤도로 오른 시점에 김씨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지난달 김씨가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만 해도, 국민의힘 쪽에선 ‘배우자 리스크’를 털어냈다고 자신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김씨가 53차례에 걸쳐 7시간 가량 통화한 녹음파일의 존재가 알려지고 이날 법원의 ‘일부 허용’ 결정이 내려지자, 국민의힘의 긴장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굉장히 괴롭다. 내용을 보고 향후 대응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에 털고 가자는 목소리도 있다. 어차피 우리 지지층은 김건희씨 대한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주춤할 뿐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방송사를 직접 찾아가는 등 총력 방어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공작 냄새가 물씬 풍긴다. ‘생태탕 시즌2’가 연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사옥을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직원들과 1시간여 실랑이를 벌였고, 김기현 원내대표 등 지도부 3명이 박성제 사장과 20여분간 면담하고 나서야 돌아갔다.
당 내에선 지도부와 선대위 쪽의 ‘과도한 대응’이 오히려 녹음파일 논란을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문화방송>과 통화 내용을 녹음한 ㄱ씨,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열린공감 티브이(TV)’에 각각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오히려 이 파일에 담긴 ‘내용’에 더 관심을 쏠리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헌법과 방송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편성권 독립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화방송 노조는 이날 국민의힘 항의 방문에 대해 “아직 방송도 되지 않은 보도에 대해 대한민국 입법부가, 그것도 방송과 언론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과방위와 문체위 소속 의원들에게 총 동원령을 내려가면서까지 공영방송을 상대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며 “명백한 방송 독립 침해이자 헌법과 방송법을 위배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그냥 해프닝으로 무시하고 흘려 버렸어야 했을 돌발 사건을 가처분 신청하여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 놓고 이를 막으려고 해본들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 지금 언로를 막을 수 있다고 보시느냐”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법원 결정에 앞서 ‘7시간 통화’ 보도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 “지금 제가 언급할 이야기는 없는 걸로 생각된다”고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원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데 대해 “국민 상식에 부합한 결정”이라고 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원은 김씨의 수사기관에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면서도 김씨의 발언을 방송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법원의 결정으로 방송을 막기 위해 오늘 문화방송에 몰려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김미나 김영희 심우삼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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