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30대 남성 올인 전략으로 정책 궤도를 수정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이어 병사 월급 200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온라인 게임 이용 본인 인증 절차 간소화도 약속했다. 20·30대, 그 중에서도 남성들을 겨냥한 정책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한 뒤 이 대표의 지론인 청년 중심의 ‘세대포위론’을 수용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 대표 표현대로 다루기 어려운 젠더 이슈인 ‘복어 요리’를 시작한 셈이라 비판에도 직면했다. 정책의 초점이 젊은 남성 유권자에게 맞춰져 있어 갈라치기란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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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의 정책 방향은 지난 6일 이 대표와의 갈등 봉합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20·30 남성들을 향하고 있다. 윤 후보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고 적었다. 다른 설명은 달지 않았다. 지난 7일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일곱 글자를 적은 것과 비슷하다. 군 병역 의무와 밀접한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공략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이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병사 봉급 인상에 대해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비추어서 그게 공정과 상식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는 지난해 9월29일에는 예비역 병장들과 만나 대화하는 자리에서는 “저도 ‘장병 보수를 (최저임금)시급에는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했는데, 군 전문가들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고 해서 그걸 공약으로 만들지는 못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 후보는 당시 봉급 인상보다는 장병들의 의식주 개선, 교육 지원 등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책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병사의 봉급 체계를 조정하여 모두 최저임금 이상으로 인상하되, 일정 부분 미세하게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적용을 통해 월 200만원으로의 인상 효과를 내겠다는 의미다. 정책본부는 현재 병사 급여 연간 예산은 2조1000억원이고, 모든 병사를 최저임금으로 인상할 경우 추가로 5조1000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5조1000억원은 예산지출조정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또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석열씨의 심쿵약속’ 네번째 공약으로 온라인 게임 본인 인증 절차 간소화를 내놨다. 전체 이용가 게임에선 본인 인증 의무를 없애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행 게임산업법에선 게임 과몰입과 중독을 막기 위해서 전체 이용가 게임도 본인 인증을 하도록 돼 있다. 본인 인증을 위해선 휴대폰이나 신용카드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용자가 불편을 겪고, 개인정보도 과도하게 수집된다는 것이 윤 후보의 문제 의식이다. 윤 후보는 “온라인 게임 이용자 편의 확대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청소년의 회원 가입 시 법정대리인 확보 의무는 유지하되, 전체 이용가 게임물은 본인 인증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게임의 본인 인증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페이스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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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앞서 지난 1일 게임 전문 매체인 <인벤>과의 서면 인터뷰 내용 때는 게임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달랐다. 인터뷰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코드 부여 문제에 대해서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당시 실무자의 답변이었다고 해명하고, 윤 후보가 직접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논란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이날 발표된 인증 절차 간소화는 게임 장려에 가깝다.
여가부 폐지도 정책 궤도 수정의 대표적 예다. 윤 후보는 지난 6일 SNS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고 적었고, 지난 7일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썼다. 윤 후보는 8일에는 기자들에게 여가부 폐지에 대해서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원일희 선대본부 대변인이 “여가부 폐지는 ‘예스’, 양성평등부 새 이름은 확정 ‘노’”라고 기자들에게 답변한 것이 알려지자, 윤 후보가 직접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가 맞다.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적었다. 원 대변인의 발언을 번복하는 동시에, 여가부 폐지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윤 후보는 과거에는 양성가족평등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후보는 ‘59초 공약 영상’, ‘AI 윤석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짧은 영상 활용은 역시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SNS 메시지도 과거보다 짧아졌다.
윤 후보의 20·30대 남성 공략 총력전은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을 적극 수용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20·30대 청년들의 표심을 얻으면, 이를 통해 그 부모 세대인 50~70세대들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는 그 중에서도 자신의 지지층인 20·30대 남성 표심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다. 윤 후보도 여가부 폐지, 게임 이슈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와 갈등 상황에서 멀어진 20·30대 남성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처방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청년 남성 중심의 정책은 갈라치기로, 여성들의 표심은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온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무엇을 얘기하려면 득과 실을 계산해서 득이 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일방의 얘기만 듣고 결정하면 반대쪽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국흑서>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 7일 SNS에 “철학도 없고, 이해관계의 대립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안 제시의 능력과 의지도 없고, 갈등 조정과 설득 능력도 없고, 정책 공약을 변경하며 구호 한 마디 달랑 페북에 알리는 이런 후보, 저런 정당이라면 정권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너무 확 변하니 이질감이 든다”며 “전체 유권자에서 20대 남성들의 비중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이 ‘여성 정책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뭐 이제 차차(하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선거기구 개편을 위한 뼈대 구성을 마무리했다. 기존 매머드급인 ‘6+1’개 총괄본부에서 2개 본부(선거대책본부·정책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후보 비서실에서 맡았던 일정과 메시지 기능도 선거대책본부로 넘겼다. 특히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던 새시대준비위원회는 정권교체동행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윤 후보가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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