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베이징올림픽 불참 공식화…'제2 평창올림픽' 구상 사실상 수포로
3월 한미연합훈련·4월 북한 기념일 계기 정세 추가 악화 우려
서울 올림픽공원 오륜기 |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북한이 7일 다음 달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을 공식화하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던 정부의 구상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북한이 한미의 대화 요구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은 채 새해부터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정세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는 게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중국 측에 보낸 편지에서 "적대 세력들의 책동과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상황으로 하여 경기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며 올림픽 불참을 공식화했다.
북한의 참여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은 데 따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로 물리적으로 어려웠던 게 사실이지만, 정부 일각에선 북한이 참가 의지만 있다면 IOC와 협의해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경까지 봉쇄한 북한으로선 아무리 우방의 '잔치'라도 참여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코로나19를 올림픽 불참 사유로 꼽는 만큼 선수단뿐 아니라 정부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또 내달 6일 남한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도 예정돼 있어 설사 대표단이 가더라도 한반도 정세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의 고위급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주중대사가 참석하는 선에서 성의 표시만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700㎞ 명중"…김정은 불참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반도의 봄'을 경험한 정부는 당초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무대로 만들기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아예 시도조차 못한 셈이다.
정부는 남은 임기 4개월간 한반도 평화 진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마저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일 탄도미사일 발사로 새해 벽두부터 무력 시위를 벌인 것처럼 앞으로도 국방력 강화 노력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6일 전날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이 당 8차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중 가장 중요한 핵심과업이라고 밝혀 다른 무기도 시험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통일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나 '규탄'으로 표현하는 것을 자제하면서 대화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냈지만, 이런 정부 노력과 별개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여론은 점점 험해지는 분위기다.
미국과 일본은 전날 양국 외교수장 간 통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데 이어 이날 외교·국방장관(2+2) 회담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오는 10일(현지시간)에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요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논의한다.
앞으로도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큰 일정들이 줄줄이 있다.
북한이 대표적인 적대시 정책으로 여기는 한미연합훈련이 3월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4월에도 김정은 당 제1비서 추대일 10주년(11일)과 김일성 생일 110주년(15일) 등 내부 결속이 필요한 대형 일정들이 집중돼 있어 북한이 담화나 군사행동 등으로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3월 9일 대선으로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북한은 더더욱 현 정부와 관계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다음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신경 쓸 공산이 크다. 그 과정에서 무력 시위를 통해 이른바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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