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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갈등’으로 허비한 윤석열 쇄신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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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이준석 거취’ 충돌
가까스로 봉합…상처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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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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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6일 하루 종일 ‘내홍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댔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내정한 이철규 당 전략기획부총장을 두고 이준석 대표(사진)가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 인사로 지목해 갈등이 분출됐다. 의원들은 이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이 대표는 버티기로 맞섰다. 윤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을 선언하면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고 쇄신안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이다. 갈등은 이날 밤 극적으로 봉합됐지만,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앙금은 여전하고 존재감 대결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당 내부 갈등으로 윤 후보 쇄신안도 무색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내전에 내전을 거듭했다. 1차전은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이다. 윤 후보는 전날 선거기구 쇄신안을 내놓은 뒤 선대본부장 겸 사무총장에 권영세 의원을, 정책본부장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전략기획부총장(사무부총장)에 이철규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윤 후보는 이 내정안을 이날 오전 이 대표에게 보내 최고위원회 의결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이 의원의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에 반대해 인사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했다. 이 의원도 윤핵관이라는 것이 이 대표 주장이다. 이 대표는 권영세 사무총장안을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최고위 전 윤 후보와 독대했지만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후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함께한 최고위에서 ‘권영세 선대본부장 겸 사무총장’과 ‘원희룡 정책본부장’ 임명까지는 협의됐다. 하지만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을 두고 갈등이 폭발했다. 이 대표는 이 의원에 대해 “당대표를 모욕하고 욕지거리를 해대고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하자고 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전 사무총장은 “대선 후보나 당대표나 원래 욕먹는 자리”라며 맞섰다.

이 대표는 윤 후보를 향해선 “대선 후보는 최고위 구성원이 아니고 최고위 의장도 될 수 없다”며 “한번 정치적으로 논의해보자”고 했다. 이에 윤 후보는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드렸으니 이제 그냥 임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협의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사 갈등, 대표 사퇴 촉구로 확전…윤·이, 막판 끌어안고 “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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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이준석 차 타고 평택 화재 빈소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준석 대표가 6일 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이 대표가 운전하는 차량에 함께 탑승해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의 빈소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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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의총서 이준석 향해 “사이코패스, 양아치” 막말도
윤석열, 밤늦게 예고 없이 의총 찾아 “다 제 탓, 힘 합치자”
이 대표도 “우리 후보가 유일한 야권 후보…대화할 것” 화답

결국 윤 후보가 이 부총장 임명을 강행하자, 이 대표는 “마음대로 임명장 쓰시라”며 반대 의사를 끝까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선 갈등에 앞서 이 대표가 낸 이른바 ‘연습문제’ 후폭풍도 이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인근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 대표가 전날 윤 후보 측에 ‘연습문제’라며 제안한 ‘지하철 인사 등 일정’을 윤 후보가 받아들이면서 화해 신호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인사 일정을 사전에 연락받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인사를 함께할 때 입을 옷 등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전은 의원들과 이 대표 사이에서 벌어졌다. 오전 의원총회에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대표 사퇴 촉구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다. 원내지도부가 총대를 멘 것이다. 이 대표 사퇴 결의안을 제안하자 다수 의원이 박수로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를 “사이코패스” “양아치”에 비유하고 “찌질이 꼰대가 되지 말라”고 하는 등 거친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경 의원 등이 반대 토론에 나서면서 찬반 토론 양상으로 바뀌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토론에 나선 의원이 22~23명 정도이고, 그중 10명 정도는 이 대표 퇴진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찬반 토론이 격해지자 의원들은 오전 의총에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이 대표의 의총 참석을 요구했다.

의총 모두발언을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는 이 대표와 비공개해야 한다는 김기현 원내대표가 맞서면서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 대표가 의총 참석을 보류하면서 의원들은 대표 사퇴 결의안 작성으로 맞섰다. 다만 모두발언만 공개하기로 합의가 되면서 이 대표가 의총에 참석했고, 결의안 공개는 보류됐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약 30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론인 ‘세대포위론’을 내세우며 청년세대가 돌아오지 않으면 선거 승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금 본질은 이준석의 사과와 반성을 시작으로 젊은 세대가 우리 당에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며 “당 선거 업무에 복귀할 때는 당이 다시 젊은 세대 지지 방식으로 변해서 그들이 오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만약 오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의견을 모아 이준석의 복귀를 명령하신다면 지정해주신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면서도 “하지만 그 방식으론 젊은층 지지는 절대 같이 가져가지 못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발언 중 감정이 복받치는 듯 단상을 손으로 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연습문제’ 표현에 대해서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며 “그 표현이 불편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불편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의원들 좌석에선 “과해요 그건” “불편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윤 후보가 의총장에 등장하면서 내전은 봉합 국면으로 들어갔다. 윤 후보는 저녁 의총장을 찾아 “모든 것이 제 책임”이라면서 “지난 일을 다 털고 오해했는지, 안 했는지는 잊어버리자”고 했다. 이 대표도 “세번째 도망가면 당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화답했다. 의총에서 추인한 사퇴 촉구 결의문도 철회됐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원팀’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저는 오늘내일 후보와 진솔한 대화를 할 것”이라며 “서로 오해가 풀리고 국민이 감동받는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우리 후보가 유일한 야권 후보”라면서도 “냉정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030이 이탈된 상황에서 당의 존립에 큰 위협”이라고 했다. 윤 후보도 “이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 합쳐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했다. 두 사람은 포옹하는 모습도 보였다. 의원들은 “윤석열”을 연호하며 박수를 쳤다.

윤 후보는 이후 기자들에게 “화해라고 할 것도 없다”면서 “저희가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국민 명령을 똑같이 받들어서 분골쇄신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후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전기차를 타고 평택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빈소를 찾았다. 차량 뒷좌석에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권영세 사무총장이 탔다.

막판 봉합을 해냈지만, 당이 하루 종일 내분 양상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윤 후보의 실질적인 ‘쇄신 첫날’의 의미는 빛이 바랬다. 윤 후보는 전날 선대위를 해체하며 김종인 전 위원장과 결별하고 초슬림 선대본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들의 눈에는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싶은 절실함이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순봉·문광호·조문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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